“수카바티(극락) 안양!”
FC 안양 팬들에겐 슬픈 기억이 있다. 한순간 팀이 사라지는 충격을 경험했다. 안양 LG 치타스 시절 열정 가득한 팬덤과 스타 플레이어 활약으로 유명했으나, 구단이 안양을 떠나면서 팬들은 한순간에 팀을 잃었다. 모두가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13년 FC 안양이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알렸다. K리그2 우승, K리그1 승격을 바라봤지만 쉽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내고도 막판에 고개를 떨군 기억이 많다. 그렇기에 우승의 감격은 더욱 클 터. 마침내 K리그1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11년 만에 꿈이 이뤄졌다. 안양은 지난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부천FC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62를 쌓은 안양은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창단 첫 승격이다. 다음 시즌부턴 국내 프로축구 최고 무대인 K리그1 무대를 누빈다. 지난 아쉬움을 모두 털어낸다. 2019시즌과 2020시즌, 2021시즌 세 차례나 플레이오프(PO) 무대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개를 떨궜다. 특히 2022시즌엔 승강 PO까지 진출했으나, 당시 K리그1에 있던 수원 삼성과 2차전 연장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져 승격 문턱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안양은 슬픔의 눈물을 뒤로하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낸다.
◆초보지만, 초보 같지 않은
‘초보 사령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우형 감독 대신 유병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초보 감독이지만, 빠르게 팀을 장악했다. ‘안양의 터줏대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수 시절 대우 로얄즈에서 활약했던 유 감독은 2013년 안양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아산 무궁화, 서울 이랜드, 19세 이하(U-19) 대표팀 등 다년간 코치 경험을 쌓았으나, 대부분 안양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험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조직력을 강조하며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뚜렷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배경. 물론 연패의 늪에 빠진 순간도 있었지만, 유 감독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팀을 부진에서 구해냈다.
부임 첫 시즌 K리그2 우승이다. 이는 유 감독이 5번째다. 앞서 2018 박동혁 감독(아산 무궁화), 2021시즌 김태완 감독(김천 상무), 2022시즌 이정효 감독(광주 FC), 정정용 감독(김천 상무)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주변의 헌신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터뜨렸다. 기쁨도 있었으나, 뜨거운 눈물 속엔 미안함이 가득했다. 그는 경기 후 노상래 통역 겸 매니저와 아내의 갑상샘암 투병 사실을 밝혔다. 우승의 공을 안양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한 이들과 안양 팬들에게 돌릴 수밖에 없던 이유다.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들을 위해
유 감독의 시선은 이제 K리그1으로 향한다. 지금껏 상대해 보지 못한 K리그1 강호들이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이기고 싶은 상대도 있다. 내년에 K리그1에서 안양과 FC서울의 ‘연고 이전 라이벌전’이 성사된다. 안양이 연고였던 LG 치타스가 2004년 갑작스럽게 둥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안양 팬들은 팀을 잃었다. 축구팀을 잃은 시민의 염원이 모여 2013년 안양이 K리그2에 시민구단으로 뛰어들었다.
슬픈 기억이 있기에 이를 더 악 문다. 안양 응원가에는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이라는 가사가 있다. 유 감독은 유독 이 가사가 경기장에서 잘 들린다고 한다. 그는 “(안양 창단에) 청춘을 바친 팬들 덕에 안양이 있다. 그분들께 청춘을 조금이라도 돌려 드릴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빛을 또 한번 번뜩인다. 11년 만에 K리그2 우승, K리그1 승격을 이뤄낸 안양은 팀을 위해 청춘을 바친 팬들에게 더 큰 보답을 하기 위해 다시 한번 다짐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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