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공은 둥그니까요.”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새역사를 꿈꾼다. 신 감독은 2019년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겸임하며 거둔 성과가 대단해 ‘인니 영웅’이라 불린다. 차근차근 조직력을 다져가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C조 5위(3무1패·승점 3)를 기록 중이다. 승리는 없었으나 지난 9월 사우디와 호주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며 희망을 봤다. 신 감독이 돌아본 3차 예선 현재까지 인도네시아는 “60점”이다.
40점을 채우기 위해 나아간다. 신 감독은 중국 원정을 마치고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28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소노를 응원하며 시투에 나섰다. 이날 신 감독은 “중국, 바레인전을 잘 마무리하긴 했으면 만점이었다. 바레인전은 아직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며 “중국전은 준비를 잘했는데, 아주 작은 실수가 결정타로 이어지면서 패배해 아쉽다. 그래도 팀이 잘 만들어지고 있고,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괜찮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11월 15일, 19일에 각각 일본, 사우디를 홈으로 불러들여 5, 6차전을 치른다. 신 감독은 눈빛을 번뜩인다. 그는 “일본은 넘사벽 같은 팀이기 때문에 전술에 집중하면서 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래도 내가 일본을 상대한 경험이 있지 않나. 하하. 공도 둥근 법이다.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모든 것을 쏟겠다는 의지다. 신 감독은 “사우디와 원정에서 무승부를 했다. 이번엔 홈이니 한번 승부수를 띄워보겠다. 이길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사우디는 감독을 교체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결별하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재선임했다. 신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대표팀이라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감독이 바뀐다고 해서 선수들을 단기간 내에 바꾸기 쉽지 않다”고 말한 그는 “사우디 선수들이 가진 기본 성향이 있어서 그 부분을 노릴 예정”이라고 눈빛을 번뜩였다.
인도네시아는 4차 예선 진출을 통한 월드컵 본선 도전을 꿈꾸고 있다. 신 감독은 “사실 조 1, 2위를 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선수단에게 부담을 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경기를 즐겁게 하면서 4차 예선으로 갈 생각”이라며 “선수들은 아직 경험이 많이 없다. 팀에서도 경기를 많이 뛰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겨내가면 자신감도 붙을 거고, 갈수록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 맡으면서, 한국에서도 인도네시아를 향한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응원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이번 일본전에선 한국 교민 2000여명이 합동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국민이 봤을 때는 자국팀도 아닌데, 한국 교민들이 응원을 보내주니 놀라시지 않을까. 앞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친근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팀 잘하고 있다. 국위선양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미소 지었다.
고양=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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