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악물었지만….’
지난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원태인(삼성)에겐 아쉬움으로 남았다. 선발투수로 나서 호투를 펼쳤다. 악천후 속에서도 5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당시 투구 수는 66개. 얼마든지 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였다. 하늘이 외면했다. 6회 초, 그것도 김헌곤의 솔로 홈런으로 득점의 물꼬를 튼 가운데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다. 결국 서스펜디드 경기(Suspended Game)가 선언됐다. 흐름이 뚝 끊겼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서 묵직한 책임감을 느꼈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 이어 KIA와의 KS까지. 하나둘 경기가 쌓이면서 마운드가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불펜진 피로도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더 묵직한 구위를 선보이고자 했다. 수장의 기대치가 큰 것은 물론이다. 원태인은 대니 레예스와 함께 삼성에게 가장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차전 아쉬움이 있었기에 마음가짐을 더 굳건히 하고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어깨가 무거웠던 탓일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KIA 타선의 집요한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26일 KS 4차전서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6실점(6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1회 초부터 고전했다. 특히 김선빈과의 승부가 어려웠다. 첫 타석서 10개의 공을 던지고도 기어이 좌익수 뒤로 향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초반부터 투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이다. 타순을 한 바퀴 돈 다음엔 연속해서 네 타자를 출루시키는 등 더욱 어려웠다. 총 투구 수는 78개였다.
설상가상 몸에서도 살짝 이상 신호가 켜진 듯했다. 3회 1사 만루서 어딘가 불편한 듯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포수 강민호와 정대현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 트레이닝파트 등이 나서 상태를 살폈다. 더 이상 피칭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송은범이 김태군에게 만루홈런을 맞으며 자책점이 확 높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원태인의 몸 상태에 대해 “오른 어깨 쪽에 약간의 불편감이 있어 보호차원서 교체됐다. 병원 진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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