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또 버티면, 기회가 온다.
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KCC가 시즌 초부터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상 악령 때문이다. 핵심 자원들이 와르르 이탈했다. 송교창, 최준용이 빠진 채로 개막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2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소노전을 앞두고 허웅의 무릎 부상 소식까지 전해졌다.
‘차포를 뗐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의 시련이다. KCC는 지난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KT 상대 개막전 승리(77-72) 이후로 LG(84-89), 소노(69-79)를 만나 1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각각 발바닥, 손가락 부상이 있는 송교창, 최준용은 11월 말 복귀가 유력하다. 허웅 역시 2~3주는 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약화에 ‘두목 호랑이’ 이승현, 베테랑 정창영이 분투를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개막 직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리온 윌리엄스는 차츰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에이스를 맡고 있는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의 어깨가 무겁다. 7년 만에 돌아온 한국 무대다. 버튼은 2017~2018시즌 DB 유니폼을 입고 그해 외국선수 최우수선수(MVP) 수상과 함께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 뒤 NBA 무대에 올랐고, G리그와 푸에르토리코 리그를 거쳐 올 시즌 KCC에 합류했다. 19일 KT와의 개막전 40득점, ‘왕의 귀환’ 수식어가 붙었다.
이를 지켜본 문경은 tvN 스포츠 해설위원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7년 전 SK 감독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DB 시절 버튼과 맞붙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문경은 위원은 “그때보다 훨씬 노련해졌다. 특히 강렬한 디나이 수비, 자리싸움 등 적극적인 수비를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버튼은) 공격이야 이미 검증된 선수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혼자서는 모든 걸 다 끌고 가는 건 어렵다. 팀의 부상 선수들 상황도 있고, KCC와 버튼 모두 초반 10경기 정도는 힘든 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내다봤다.
폭발력 넘치는 모습은 이어지지 못했다. 21일 LG전, 23일 소노전 두 경기 동안 평균 12득점에 그쳤다. 고전하는 데는 불가피한 흐름이 있다. 핵심 선수들이 빠진 만큼 버튼을 향한 집중 견제가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술 tvN 스포츠 해설위원도 이 점을 주목했다. “새깅 디펜스를 깊게 활용해서 버튼이 할 수 있는 걸 최소화하는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김태술 위원은 “버튼은 여러 명이 협력해야 막을 수 있는 선수다. 이런 수비들은 사실 송교창, 최준용 등이 있었다면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장 1승1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단 부상 복귀 선수들이 올 때까지 지금 전력이 부상 없이 잘 견디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위원은 “버튼의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KCC는) 팀 구성이 완전체가 되면 지난해 후반기만큼이나 무서운 전력을 자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CC는 지난해에도 부상 공백기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럼에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성과를 냈다. 올해도 지원군이 돌아오면 치고 나갈 기회가 생긴다. 시즌 초 어려움을 겪고 있는 KCC, 또 한 번 ‘오뚝이’ 면모를 자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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