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야속하다.
프로야구 삼성이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서 1-5로 역전패했다. 기세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서게 됐다. 72.5%의 확률을 내주는 순간이었다.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하고 역대 40차례 KS서 1차전 승리 팀이 왕좌를 차지한 것은 29번이나 된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경기다. 당초 이 경기는 21일 시작됐다. 비로 인해 중단, 서스펜디드 경기((Suspended Game·일시정지 경기)가 선언됐다. 이튿날인 22일에도 그라운드 정비 및 비 예보로 진행되지 못했다. 보기 드문 장면이다. 역대 포스트시즌(PS)서 서스펜디드 경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리그까지 범위를 넓혀도, 서스펜디드는 11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비 때문에 8번, 조명 시설 고장 때문에 3번 발생했다. 2박3일간의 경기 끝에 1패를 떠안았다.
삼성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 우천으로 중단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흐름면에서 삼성이 앞섰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6회 초 김헌곤의 솔로 홈런이 균형을 깼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강판시킨 것은 물론, 흔들리는 불펜투수 장현식을 상대로 연거푸 볼넷을 얻어냈다. 무사 1,2루 절호의 찬스. 대량득점까지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갑작스레 발걸음이 멈춰졌다. 호투하던 선발투수 원태인 카드도 5회(무실점, 투구 수 66개)까지만 써야 했다.
이틀이 지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선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무사 1,2루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프다. 바뀐 투수 전상현의 묵직한 공 앞에서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실점을 내주는 장면도 찜찜했다. 7회 말이었다. 2사 2,3루 위기서 임창민이 연속 폭투를 내줬다.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한 배경이다. 임창민의 연속 폭투는 역대 KS 최다 타이기록이다. 1992년 10월 8일 롯데 박동희가 빙그레와의 KS 1차전(8회)서 연속 폭투를 범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상대 기를 살려줬다는 점이다. 정규리그 종료 후 약 3주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던 KIA다.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 감각을 조율해왔지만, 본경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실제로 1차전 내내 KIA 타선은 몸이 무거운 듯 상대 빠른 공에 제대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대 실책으로 물꼬를 트자, 자연스레 타선 역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7회에만 4실점한 이유다. 이날 경기뿐 아니라 시리즈 내내 두고두고 곱씹어볼 장면이 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6회 초 추가점을 내지 못하며 경기가 어렵게 흘러가게 됐다. KS라는 큰경기 원정에서 경기 후반 역전을 당하고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추수려서 2차전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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