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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빅히트’친 하니 출석 국정감사, 좀 이상하다

입력 : 2024-10-17 08:45:18 수정 : 2024-10-17 0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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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직장 내 괴롭힘 및 따돌림 논란과 관련해 걸그룹 뉴진스 멤버인 하니(본명 하니팜)와 소속사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를 소환했다. 애당초 하니의 출석은 성사되기 어려워보였지만 당사자가 받아들이면서 이색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하니는 그 동안 하이브의 또 다른 계열 레이블 내에서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에 소속된 걸그룹의 매니저가 자신을 보고 “못 본 척 무시해”라고 말하는 등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슈가 커지자 환노위는 하니와 김주영 대표를 참고인과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이돌 따돌림과 이에 대한 대응 부실 대응 등과 관련해 당사자의 얘기를 듣겠다는 뜻이었다.

 

베트남계 호주 국적자인 하니는 한국어가 완벽하진 않지만 옆 발언대에 선 김주영 대표에게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하니는 “데뷔 초반부터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 “회사 내에서 느껴왔던 어떤 분위기가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 느낌인 줄 알았는데 블라인드라는 어플에서 회사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하는 것을 봤다. 또 PR팀에 계신 한 실장님이 저희 일본 데뷔 성과를 낮추려고 하는 녹음도 들었다”. “회사가 저희를 싫어하는 확신이 생겼다”는 등 속마음을 쏟아냈다.

 

김주영 대표가 이와 관련해 “할 수 있는 한에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하자 하니는 “죄송한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싸울 의지도, 어떤 조치를 취할 의지도 없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직격했다. 또 마지막 발언에서는 “이 세상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법이 아니란건 알지만 그래도 인간으로서 존경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1시간에 걸친 질의응답이 끝나자 하니는 후련해보였다. 하니의 이번 국정감사 출석은 업계 내에 산적해있는 아티스트와 소속사간 불합리한 문제를 공론화 해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는 출발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K-팝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한걸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연예인은 과연 근로자인가’라는 물음이다. 또 ‘상대방 매니저의 입장과 의견은 없는가’라는 생각이다.

 

환노위는 환경부 및 고용노동부의 소관에 속하는 사항의 법률·청원등 의안의 심사와 기타 국정감·조사, 예산안 및 결산안 예비심사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환노위 국정감사 중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참고인과 증인 채택은 실제 우리 곁에서 생존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현안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특히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 제공과 임금 지급의 실질적인 관계가 종속적이어야 한다. 연예인의 경우 근로자성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예인은 소속사와 관리, 수입 배분 계약을 하는 것이지 종속된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결국 환노위는 이슈성에 편승해 하니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아무리 직장 내 따돌림 의혹이 있다고 해도 이미 글로벌 아이돌로 대성공한 걸그룹의 외국인 멤버를 우리나라 환노위 국정감사장에 불러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뉴진스 멤버들은 1인당 데뷔 2년만에 50억원이 넘는 정산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돼 화제가 된 스타들이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하니의 이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노트북에 뉴진스의 팬클럽인 버니즈의 스티커를 붙였다. 하이브의 ‘일자리 으뜸 기업 선정’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치적 쟁점화까지 시도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의 경우, 하니가 국회에 들어서는 모습을 옆에서 휴대전화로 찍는 장면까지 공개돼 논란이 됐다.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장에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뒷자리에 앉은 하니가 나오게 셀카사진을 찍다가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다.

 

‘국정감사쇼’에 하니가 이용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정성을 갖추려면 “무시해” 발언을 했다는 매니저의 의견까지 구하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을 했어야하지 않을까. 만약 하니가 착각한 부분이 있다면 그 매니저는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환노위 국정감사장에 정작 평범한 근로자인 매니저가 빠져있었다. SNL 코리아를 본 느낌이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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