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무너지면 안 되니깐!”
프로야구 삼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캡틴’ 구자욱의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 구자욱은 지난 13일 LG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서 홈런 한 개를 비롯해 3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 맹타를 휘둘렀다. 승리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맘껏 웃지 못했다.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두통 증세가 있었던 것. 어지러움에 구토 증상도 있었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지만 구자욱이 향한 곳은 인터뷰실이 아닌, 병원이었다. 수액을 맞았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도 가끔씩 편두통을 느끼곤 했다. 다만, 포스트시즌(PS)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팀에 피해가 갈까 걱정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럼에도 경기를 치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구자욱은 “어지러워서 표정이 좀 안 좋았던 것 같다”면서 “많은 팬 분들이 오셔서 지켜보고 계셨지 않나.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어떻게 해서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쓴 배경이다.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맹활약을 펼친 구자욱.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몸 상태와 결과는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되레 공을 다른 팀원들에게 돌렸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3점짜리 홈런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구자욱은 “앞에서(테이블세터) (김)지찬이와 (윤)정빈이가 편하게 칠 수 있도록 출루를 해줬다. 한 점 도망가는 점수를 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운 좋게 좋아하는 코스에 공이 들어와서 홈런이 나왔다”고 전했다.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구자욱은 “(1차전 당시)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못했는데, (강)민호형이나 (박)병호형 등이 파이팅을 불어넣어줬다. 좋은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 “표정부터가 좋더라. 활기차게 경기하는 걸 보며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이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 없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지가 강하다. 회복 중이다. 당초 14일 예고됐던 PO 2차전이 비로 인해 하루 밀렸다. 앞서 구자욱은 변함없이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출전에 무리 없다”고 운을 뗀 구자욱은 “지금 빠지면 팀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런 아픔 정도는 참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PO 1차전서 승리는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거둔 첫 가을야구 승리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바라본다. “모든 팀이 그러하듯 우리도 KS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최대한 빨리 분위기를 잡아서 승리하고 싶다. 최소 경기(3차전)로 KS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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