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당도했지만, 힘없이 무너졌다.
프로야구 LG는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4-10으로 패했다. 시종일관 삼성에게 끌려다니면서 제대로 흐름 한번 쥐어보지 못한 한판이었다.
마운드 붕괴로는 승리가 찾아올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책을 맡은 최원태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모든 경기 플랜을 어그러뜨린 것이 시작이었다.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1회부터 2개의 안타를 내주는 등 한번도 제 공을 뿌리지 못했다. 3회 구자욱에게 초반 흐름을 모두 내주는 스리런포를 맞았고, 4회말에는 김영웅에게 달아나는 솔로포까지 헌납했다.
최원태가 지난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우승을 위해 야심차게 단행한 트레이드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지난해 KS에서도 선발로 나선 2차전서 ⅓이닝 4실점의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던 그다. 다행히 LG가 통합 우승을 맞으면서 해프닝에 그치는 듯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가을야구에서 악몽이 다시 고개를 든다. 지난 8일 KT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 2⅔이닝 3실점(2자책점)에 이은 2경기 연속 조기강판으로 체면을 구겼다.
LG 선발진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현재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 투수는 준PO에서 2승을 챙기며 최우수선수(MVP)로 빛난 임찬규와 불펜에서 뜨겁게 활약하던 손주영까지 단 둘이다. 염경엽 감독이 PO에 앞서 손주영을 빠르게 로테이션으로 복귀 시킨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최상의 카드가 무너지는 상황이 왔을 때 LG가 이를 극복할 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강한 선발이 없는 팀의 설움인 셈이다.
설상가상, 불펜도 문제다. 준PO부터 발생한 KT와의 5차전 혈투로 쌓여가던 체력 문제가 슬슬 고개를 든다. 승리의 기쁨이 잠시 감춰뒀던 약점이다. 준PO 시작과 함께 부친상이라는 개인 사정이 겹친 유영찬의 구위는 분명히 떨어졌다. 정규시즌 마당쇠로 활약하던 김진성은 준PO 3경기에서 누적 4이닝 동안 60구를 뿌리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날 열린 PO 1차전에서 르윈 디아즈에게 통한의 투런포를 허용한 것도 그였다.
롱릴리프 역할에도 구멍이 뚫린다. 준PO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하던 손주영이 원래 위치로 돌아간 가운데, 준PO 5경기를 모두 치른 최초의 외인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유영찬 대신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 전 경기 출장이 주는 체력 압박감을 감안해도 그가 많은 이닝을 책임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수에게 쏠리는 무게감을 덜어줘야 할 정우영, 함덕주, 이지강, 백승현 등도 100% 신뢰를 보내기엔 한계가 있다. 염 감독이 승기를 놓친 이날 경기에서 정우영(⅔이닝)-김유영(1이닝)-백승현(⅓이닝 1실점)-이지강(⅔이닝)-이종준(0이닝 2실점)-김대현(1이닝)으로 쉴새없이 이닝을 쪼개야 했던 이유다.
역대 5전3선승제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 진출한 확률은 75.8%(25/33)다. 그나마 앞선 준PO에서도 KT에 1차전을 내줬다가 뒤집기로 PO에 닿았다는 점에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LG 앞에 쉽지 않은 미션이 찾아왔음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대구=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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