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왔으니 큰 것 한 방을!”
안방에서 기록한 1승1패. LG 입장에선 살짝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결과다. 그래서일까. 3차전에 임하는 각오가 사뭇 결연해보였다. 심지어 이번엔 원정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빅볼’, 다시 말해 화끈한 장타력을 앞세운 플레이를 예고했다. “(홈구장인 잠실구장보다 규모가 작은) 수원에 왔으니, 빅볼이 좀 돼야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정규리그 때도) 홈에선 치고 뛰는 야구, 원정에선 빅볼을 지향했다. 홈런이 나온다면 경기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전이 통했다. LG는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서 6-5 승리를 거뒀다. 수장의 바람대로 시원한 대포가 주효했다. 2회 초 박동원이 선제 솔로 홈런을 때린 것이 시작이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웨스 벤자민의 2구(132㎞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오스틴 딘이다. 2-3으로 뒤쳐져 있던 5회 초였다. 1사 1,2루 찬스서 벤자민의 141㎞짜리 커터를 제대로 잡아당겼다.
LG가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처음 맛본 홈런이다. 앞선 준PO 1~2차전에선 좀처럼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3개의 2루타가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분위기를 장악하기 어려웠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 불린다. 호쾌한 스윙 한 번에 흐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간 천적으로 여겨졌던 벤자민에게 얻어낸 홈런이라 더욱 값졌다. 벤자민은 올 시즌 LG를 상대로 극강의 면모를 자랑했다. 4경기 23⅓이닝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93을 마크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 기세가 펄펄 끌어 오른다. 확률의 신이 웃는다. 무려 100%를 거머쥐었다. 5전3선승제 기준 역대 준PO서 두 팀이 1승1패를 나눠가진 경우, 3차전 승리 팀이 예외 없이 PO에 올랐다. 이제 삼성(정규리그 2위)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 최대한 빠르게 준PO를 마치고 휴식 및 재정비 시간을 버는 게 유리하다. 또 한 번의 왕좌를 바라보는 ‘디펜딩챔피언’ LG. 정규리그에서의 아쉬움까지도 이번 가을 털어버리려 한다.
수원=이혜진 기자 hj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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