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더 해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습니다.”
사이드암 투수 박민호(SSG)는 인천 토박이다. 동막초, 동인천중, 인천고를 거쳐 인하대를 졸업했다. 프로생활도 마찬가지.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33순위)로 SK(SSG 전신)와 손을 잡았다. 올해까지 하나의 유니폼만을 입었다.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마당쇠로서 궂은일까지도 성실하게 해냈다. 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에서부터 셋업맨, 마무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배경이다.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갈림길에 섰다. 지난 5일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강화(퓨처스 홈구장)로 출근했다. 그날따라 구단 직원이 주차장에서 박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면담실로 이끌었다. 그 자리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출근길 사복차림 그대로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순간적으로 여러 감정이 교차했을 터. 박민호답게 침착하게 상황을 마주했다. 박민호는 “감정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면서 “팀의 방향성에 대해 존중해야 하지 않나. 납득하고 받아들였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금 같은 존재다. 화려하진 않아도, 늘 묵묵하게 제 몫을 다했다. 통산 267경기서 295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8패 5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올해도 19경기서 패 없이 2승 평균자책점 4.76을 마크했다. 6월 19일 대구 삼성전서 흔들리면서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아졌을 뿐, 그 전까진 2점대였다. 박민호는 “작년 2군에 좀 오래 있었을 때, 사실 좀 힘들었다. 올해는 1군에서 다시 승리투수도 되고, 더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인데다 몸 상태도 좋다. 구속 역시 140㎞대 초중반까지 나온다. 경험이 많은 것은 물론이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면서도 꿋꿋하게 버텼다. 올 시즌 후반기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2군서 꾸준히 좋은 성적(19경기 27이닝 평균자책점 2.67)을 이어가고 있었다. 8월 이후로는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날도 많았다. 박민호는 “(고)효준 선배님을 보며 끝까지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박민호는 후배들이 잘 따르는 선배였다. 짐을 싸는 날도 후배들이 나와 못 가게 막으려 했다. 박민호는 “해준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말했다. 얼마 전 SSG 선수단끼리 청백전을 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료들은 한 목소리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민호는 “형들이 더 잘 될 거라고 많이 응원해주더라”면서 “투수들이 다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일자리 알아본다고 못 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계속 공을 던지고자 한다. 방출 통보를 받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역 의지가 강하다. 부모님 빵집 SNS를 통해 인사를 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민호는 “일부 팬 분들이 은퇴하시는 줄 알더라. 사실이 아니다”며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지 않나. 아픈데도 없고 공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만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판스타도, 유망주도 좋지만, 한 시즌 잘 치르기 위해선 나 같은 선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를 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정말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을 던지고 싶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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