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월드컵 최종 예선이 한장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감독 교체’까지 이뤄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홍 감독 선임 절차 문제에 대한 발표를 먼저 할 것”이라며 “잘못된 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감독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감사 중간 결과는 대통령실에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감독 선발은 과정부터 공정하고 책임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 장관에게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 논란이 얼마나 큰 사안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단 쟁점이 된 협회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됐다. 협회는 1일 오후 회의록을 전격 공개했다. 10차 회의록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부분이다. 이 회의에서 이미 홍 감독을 내정해두고 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몰아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회의록만 두고 본다면 사실상 감독 선임의 절차상 문제는 없어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체부 감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어떤 사안을 들고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정몽규 회장의 퇴진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의 거취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최종 관문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10일, 15일 각각 요르단, 이라크와의 3,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을 포함해 요르단, 이라크는 각각 승점 4(1승1무)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번 맞대결을 통해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펼쳐진다. 조 2위 이상 기록해야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일전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장이자 핵심인 손흥민(토트넘)마저 부상 중이다.
분위기는 최악이다. 여기에 한국 축구 내부 균열 조짐까지 보인다. 축구협회 노동조합은 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축구지도자협회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정 회장의 사퇴를 외쳤다.
끝이 아니다. 오는 22일에는 국정감사도 열린다. 정 회장은 이미 출석이 확정됐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라 홍 감독까지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홍 감독은 앞선 국회 문체위 현안 질의 참석으로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 점검 기회를 놓친 바 있다.
대표팀은 11월에도 예선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11월14일과 19일 각각 쿠웨이트, 팔레스타인과의 5, 6차전이 열린다. 만약 홍 감독이 국감까지 출석한다면, 또 한 번 준비 시간을 뺏기게 된다. 이는 대표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들은 죄가 없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축구의 행정이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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