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C는 의사가 아닌 D에게 환자들의 피부 절개, 시야 확보 행위, 봉합 등을 할 것을 지시했다. D는 실제 수술에 참여하며 해당 의료행위를 마쳤다. 이후 수술 담당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연락한다.
연락받고 온 수술 담당 의사는 레이저로 환자의 터진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황색인대의 감압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체크하고 병변을 제거한 뒤 수술실을 나간다. 이후의 봉합은? 역시 D의 몫이었다.
병원 측은 이같은 방법으로 19회에 걸쳐 19명의 환자들에게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고,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2억6145만307원을 교부받았다. 2021년 1월 26일 무렵부터 같은해 4월 14일 경까지 일어난 일이다.
의사 1명이 혼자서 1년간 4000건의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집도하며 12억 이상을 청구했다. 일주일 중 하루만 쉬는 근무라고 치더라도, 하루 평균 13건의 수술이 이뤄진 셈이다. 사실상 대리수술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71명의 의사 등에 대해 대리수술·유령수술(교사)을 이유로 면허취소․자격정지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행정처분은 징역이나 벌금 등 사법처리가 이뤄진 대상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대리수술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면허, 자격종별로 의사가 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간호조무사 11명, 치과의사 7명, 한의사 5명, 간호사 4명 순이었다.
특히 정형외과, 성형외과 수술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술부위 절개 및 지혈, 인공관절 삽입을 위한 천공 등 직접적인 수술행위부터 소독, 드레인제거, 석션까지 다양한 대리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매년 평균 3000건 이상의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혼자서 진행하면서 해마다 12억 이상을 청구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같은 수술을 2번째로 많이 한 의사에 비해서도 2배 많은 수치다.
이 와중에 문제의 병원은 인력이 없어 간호조무사를 수술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영업사원이라는 점, 이들을 원래 간호조무사 자격 등이 없는 걸 억지로 취득하게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해당 의혹을 받는 의료진은 보건복지부에 “인원이 부족해 간호조무사를 수술 보조로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병원급 이상에서 간호조무사가 PA로 활용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최근 문화저널21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에 13건의 수술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해당 매체와 인터뷰에 나선 익명의 정형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에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또 대부분의 의사는 하루 2~3건 이상 수술하고,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의료진은 문제의 병원이 하루 평균 13건을 수술했다는 질문에는 ‘조심스럽지만 그 의사가 직접 수술하지 않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매달 300건의 수술을 매일 진료하면서 진행하는 의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시간적, 신체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
다른 의사들도 “1년에 4000건 이상 수술한 것에 대해 대리수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희승 의원은 “대리수술 여부가 적발되더라도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재교부될 수 있어 대리수술·유령수술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과 인권 보호를 위해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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