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알던 얼굴은 잊어도 좋다. 배우 곽시양이 분노조절장애 형사로 돌아왔다.
‘필사의 추격’(김재훈 감독)은 상극 중의 상극인 사기꾼과 분노조절장애 형사, 그리고 조직 보스가 각자 다른 이유로 제주에 모이며 펼쳐지는 대환장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그간 다정하고 따뜻한 꽃미남 캐릭터나 이와 대척점에 있는 살벌한 빌런 연기를 펼쳐온 곽시양은 이번엔 말보다 주먹이 빠른 분노조절장애 형사 조수광 역을 맡았다. 조수광은 범죄자를 보면 화를 참지 못해 팔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문제를 일으켜 제주도 경찰청으로 전출된 인물이다.
하늘로 솟구친 폭탄 머리부터 얼굴의 모든 근육을 다 쓰는 표정 연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한 반전 매력이 마구 터진다. 곽시양은 “더 망가질 수 있었는데 덜 망가진 것 같아 아쉽다. 어떻게 하면 화로 가득한 캐릭터의 성격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해서 표현한 게 폭탄 머리였다”며 “그동안 젠틀하고 부드러운, 혹은 정말 나쁜 놈 역할로 대중을 만나왔지 않나. 그래서 코믹 연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다음에는 더 더 망가져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욕심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진짜 곽시양’을 볼 수 있는 장르는 코믹이다. 훤칠한 키에 날렵한 몸매, 배우 이성민이 ‘남자가 봐도 섹시하고 매력적인 얼굴’이라 칭찬한 외모 덕분에 가까이하기엔 먼 스타의 이미지지만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해보면 ‘순박’, ‘허당’에 가깝다.
낯선 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살가움이 인간 곽시양의 무기다. 쏟아지는 신작 속 필사의 추격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물으니 성격처럼 물 흐르듯 편안한 대답이 나온다.
곽시양은 “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에어컨을 틀어놓고, 고양이와 각자의 자리에서 누워 TV로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이다. 포인트는 소파에 꼭 누워있어야 한다”이라며 “저희 영화도 이렇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오셔서 시원하게 웃고 즐기다 가셨으면 한다”고 웃었다.
곽시양 외에도 박성웅, 윤경호가 나란히 캐스팅됐다. 박성웅은 1인 7역의 연기력을 불사르는 변장의 귀재 사기꾼 김인해 역을, 윤경호는 살벌한 마피아 보스 주린팡 역을 맡았다.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이 된 곽시양은 박성웅과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시사회에서만 인사를 드리다가 현장에서 만나니 설레더라. 왠지 다가가기 어렵고, 남자다운 이미지가 있는 선배인데 알고 보니 부드럽고 다정한 반전남이다. 내가 꿈꿔온 남자상”이라며 “휴대전화 사진첩을 넘기다가 ‘우리 와이프는 이때도 예뻤네?’라고 하시는 모습을 보고 사적으로 정말 멋있는 형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도 멋있는 선배다. 이끌어가는 작품이 아니라 기대서 갈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형과 촬영하는 장면은 ‘너 놀아봐. 내가 맞춰줄게’라고 판을 깔아주시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편안하게 연기를 했겠나.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자질은 충분하다. 업계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 연기자라는 본업에선 내공을, 현장을 아우르는 인성까지 갖췄으니 칭찬이 안 나올 수 없다.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 특히 코믹에 더 욕심이 난다는 그다. 연기 앞에선 두려울 게 없다. 곽시양의 앞으로 5년, 10년 뒤가 더 궁금해진다.
최근 영화계에서 주연 배우의 1대1 인터뷰는 1년에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10여 년 동안 업계가 많이도 변했다. 인터뷰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알리는 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줌 인터뷰 이후 이를 단 세 시간만 빼는, 그나마도 4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는 배짱만 가득한 배우와 쩔쩔매는 엔터들도 스멀스멀 생겨났다. 아침엔 자고 일어나서 컨디션이 안 좋으니, 저녁에 차가 막혀서 오후 5시엔 일어나야 한단다. 전셋값에 육박하는 수 억원의 출연료는 받지만 겹치는 질문엔 답변하기 싫단다. 질문이 터져 나오는, 이게 기자회견인지 인터뷰인지 모를 요즘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그날 가장 인상 깊은 배우의 짧은 한 장면을 덧붙여본다. 팬들에게 한끝 다른 내용을 뭐라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물론 ‘관찰기’ 속 배우들은 장점만 말해도 시간이 모자란 이들임을 미리 밝힌다.
▲“저 홍보 더 할 수 있어요. 진짜요!”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서일까. 곽시양이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 순간이다.
유튜브, TV 방송,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한 번이라도 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인다. 지금도 들어오는 스케줄을 정리하느라 바쁘지만,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필사의 추격’을 보여주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인터뷰 중 영화 관계자를 향해 “저 홍보 더 할 수 있어요. 진짜요!”라며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는 그. 홍보 스케줄을 통해 선배, 제작진과 노력한 영화를 알리고 싶다는 열정이 엿보인다. 주연의 책임감을 제대로 보여준 순간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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