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위에서 계속 머무르고 싶어요.”
프로야구 KIA가 7년 만에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에 닿았다. ‘V11’을 만들어낸 2017년 이후 두 번의 와일드카드결정전(2018·2022년)을 치르는 데 그쳤던 KIA는 올 시즌 모든 적들을 물리치는 독주로 한국시리즈(KS) 직행에 성공했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로는 7번째(단일리그 기준)로 앉는 페넌트레이스 왕좌다.
김도영 이름 석 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건너가며 공석이 된 KBO 최고 타자 타이틀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시즌 134경기 타율 0.344(517타수 178안타) 37홈런 105타점 134득점 39도루 등을 기록 중이다. 화려함 그 자체다. KBO리그 역대 2번째이자 한국 선수 최초의 40홈런-40도루를 바라보는 뜨거운 퍼포먼스다. 압도적인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 후보다. KIA의 정규시즌 우승에 그가 차지하는 몫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우승 확정 세리머니를 펼치고 만난 김도영은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형들 반응을 보니 대단한 거구나 싶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절친한 선배 박찬호의 눈물 때문이었다. 그는 “찬호형이 경기 전부터 눈물 날 것 같다고, 울면 같이 울어주라고 그랬는데 진짜 울더라. 진짜 우승이 어려운거구나 싶었다”며 “그런 반응을 처음 봤다. 다들 너무 기뻐하고 벅차했다”고 미소지었다.
쉽지만은 않았던 우승길을 돌아보며 “힘들 때도 많았다. 5위 할 때보다 1위 할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압박감이 없지 않아 있다. 1위의 무게란 확실히 무겁고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는 고백도 더했다. 이어 “그래도 몇 번 있었던 중요한 순간을 극복하면서 1위를 할 수 있었다. 특히 강팀들에게 강했던 게 만족스럽다”고 바라봤다.
2022년에 처음 맛본 포스트시즌에 남은 개인적인 아쉬움도 털고 싶다. 당시 KIA는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KT에 패했는데, 김도영은 그라운드도 밟지 못했다. “떠올려보면 확실히 가을야구는 분위기가 다른 정말 큰 무대다. 호텔 나올 때부터 카메라가 있었다”고 회상에 잠긴 그는 “그때는 대주자라도 나가고 싶고 그랬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경험들이 올해 잘할 수 있게끔 도와준 것 같다”며 달라진 가을 향해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손에 쥔 KS 직행 티켓은 반갑지만, 갈 길은 멀다. 김도영은 “벌써부터 KS 상상을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KS 우승을 못하면 정규시즌 우승은 아무 의미가 없다.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더 신경써서 준비해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이어 그는 “이렇게 안 다치고 풀타임을 치르는 시즌에 팀이 잘 되고, 정규시즌 우승까지 했다. KBO리그도 흥행을 해서 배로 기쁘다. 앞으로는 계속 1위에만 머물고 싶다. 제가 있는 동안 말 그대로 KIA 타이거즈 왕조를 세워보고 싶다”며 최고의 엔딩을 향한 넘치는 열의를 숨기지 않았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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