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제 매력입니다.”
프로야구 SSG가 어려운 경기를 잡았다.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홈경기서 14-9 승리를 거뒀다. 무시무시한 타격전이었다. 양 팀 합쳐 홈런이 8개가 나왔을 정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오태곤(SSG)이 진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대타로 나서 연타석 홈런포를 때려내며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오태곤은 “갈 길이 급한데, 그래도 급한 불은 끈 것 같아 다행이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 후반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타석에 들어선 것은 7회 말이다. 2사 2루서 ‘돌부처’ 오승환을 상대로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147㎞짜리 직구를 기술적으로 때려냈다. 아슬아슬하게 폴대에 맞았다. 오태곤은 “속으로 제발 ‘넘어가라’ ‘넘어가라’ 외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끝이 아니었다. 8회 말 다시 한 번 포효했다. 2사 2루서 이번에는 김재윤의 134㎞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낮게 깔린 공을 제대로 퍼 올렸다. 연타석 홈런포였다.
대타로 나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것을, 오태곤이 해냈다. 오태곤의 이번 대타 홈런은 시즌 22번째이자 통산 1054째, 개인 4번째 기록이다. 연타석 홈런은 시즌 38, 통산 1,208, 개인 3번째 발자취다.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미리 준비할 수 있게 귀띔해 주셨다”면서 “(첫 타석에선) 결과에 신경쓰기보다는, 그저 2루 주자를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보이는 대로 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는 에너지 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최고 31도까지 오르는, 한낮의 경기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태곤은 “강병식 타격코치님이 미팅에서 한 마디 하시더라. ‘즐기면서 하자. 분위기가 어떻든 우리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강조하시더라. 그래서 최대한 재밌게 경기에 임하려 했는데 결과가 좋다. 코치님 덕분인 것 같다”고 끄덕였다.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다. 하이라이트 장면을 대거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경기 타율이 0.400에 달한다. 확실한 주전까진 아니지만, 멀티 플레이어로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오태곤은 “그게 내 매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로도 가끔 생각한다. 도깨비같은, 시합에서 일종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지 않나. 안 될 때는 한도 끝도 없이 못 치는데, 흐름을 탔을 땐 그 누가 와도 다 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SG는 현재 가을야구로 가는 막차를 노리고 있다. 매 경기 총력전이다. 힘들 법도 하지만 오태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남은 경기가 얼마 없다. 포스트시즌(PS)에 가지 못하면 그걸로 올해 야구는 끝이다. 체력적인 부분을 생각하기보다는,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팬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터. SSG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홈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KBO리그 전체적으로도 1000만 고지를 넘겼다. 오태곤은 “선수들도 힘들지만 보는 팬 분들도 덥고 힘드실 거라 생각한다. 감사함 뿐”이라고 밝혔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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