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꿈의 숫자가 찾아온다.
여름을 강타한 역대급 폭염이 가을의 초입까지 두드리며 사람들의 눈이 찡그려진다. 하지만 야구장의 뜨거운 햇볕 아래 선 관중들은 사뭇 다르다. 울려 퍼지는 응원가와 경쾌한 타격음이 주는 희열 속에 연일 행복한 비명을 내지른다. 기온만큼 뜨거운 야구팬들의 열기, 여기에 추석이 선물한 황금연휴가 부어진다. 그렇게 꿈의 ‘1000만 관중’이 찾아온다.
◆‘10,000,000’
12일까지 661경기를 치른 KBO리그는 누적 관중 981만9852명을 기록 중이다. 역사적인 1000만 고지까지는 단 18만148명만 남겨뒀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내디딜 뜻깊은 발걸음이다.
역대급 인기다. 종전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은 2017년이었다. 역대 2번째로 800만 관중을 돌파했던 그해, 최종 840만688명을 기록했다. 가뿐한 수치였다. 올해의 KBO리그는 지난달 18일 569경기(진행률 79%) 만에 그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달 28일 900만 관중 돌파도 시간문제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제동이 걸렸던 고난 길을 헤치고, 지난해 810만326명으로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올해 거침없이 폭발한다. 하루하루가 새 역사다. 이대로 역대 최초 전 구단 평균 1만 관중 이상, 리그 경기 평균 관중 1만5000명 이상도 겨냥한다.
◆한가위 특수
1000만 돌파 시점으로는 닷새짜리 연휴의 시작인 이번 주말이 유력하다. ‘불금 전야제’를 예고한 13일에 3경기가 열린다. 14일에는 10개 구단이 전국 각지에서 전부 출격한다. 15일에도 부산, 광주 등 대표 야구 도시를 포함해 총 4경기가 열린다.
관중 추이도 시즌 후반을 향해 가지만, 줄어들 기미는 없다. 더위가 덮친 8월에도 경기당 1만5412명이 입장했다. 9월은 더 뜨겁다. 12일까지 경기당 1만6197명으로 월별 평균 관중 1위를 달린다.
유일한 변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예고된 가을비로 생길 수 있는 취소 경기다. 문제는 없다. 본격 한가위에 접어드는 16∼18일에도 반가운 오후 2시 경기가 예고됐다. 언제든 축포를 터뜨릴 준비만 하면 된다.
◆놓칠 수 없다
팬들의 구미를 당길 ‘맛집’도 도처에 깔렸다. 초미의 관심사는 1위 KIA의 매직넘버 소멸이다. 일찌감치 시즌 80승 고지를 밟아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률 94.7%(18/19)를 챙겨둔 KIA는 7년 만의 한국시리즈 확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2위 삼성의 행보가 변수지만, 빠르면 추석 당일인 17일 전후로 축포를 터뜨릴 수 있다.
역사적인 장면을 놓치기 싫은 팬들이다. KIA 관계자는 “주말에 열릴 홈 2연전은 사실상 매진이 확정이다. 온라인 표는 일찌감치 동났다”고 전했다. 이미 구단 한 시즌 최다 24회 매진, 한 시즌 최다 113만6249명의 관중을 동원 중인 KIA다. 일요일 경기를 끝으로 수도권으로 올라오지만, 전국구 인기 팀답게 장소 무관 구름 관중몰이가 유력하다.
◆포기할 수 없다
‘킬링 콘텐츠’ 5위 싸움도 백미다. 일단 두산이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쥐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경기 3승7패로 아찔한 내리막을 걷는다. SSG, 롯데 그리고 한화까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이유다.
이들의 티켓 파워도 만만치 않다. 한화는 홈 65경기 중 43경기를 꽉 채우면서 역대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을 늘려가는 팀이다. 올해 원정 평균 관중도 1만8278명으로 전체 1위다. ‘구도(球都)’ 부산을 앞세운 롯데도 홈 평균 5위(1만6901명), 원정 평균 2위(1만7417명)의 관중 기록을 보유 중이다.
풍성하게 마련된 명절상, 그 끝에 프로야구 ‘천만 시대’가 펼쳐진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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