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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를 향해] ‘무소의 뿔처럼’ 나아간 길라잡이들… 호랑이들의 이유 있는 질주

입력 : 2024-09-12 07:02:00 수정 : 2024-09-12 01: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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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심재학 감독(왼쪽)과 이범호 감독이 2024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강한 발톱을 가진 ‘범’과 날개 달린 ‘학’이 손을 맞잡으니 정상이 보인다. 

 

프로야구 KIA를 진두지휘한 이범호 감독과 뒤에서 든든히 받쳐준 심재학 단장이 크고 작은 풍랑을 결국 뚫어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KIA는 지난 8일 시즌 80승 고지(2무50패)를 밟았다. 해태에서 KIA로 간판을 바꾸고 3번째다. 앞선 2009년(81승), 2017년(87승)은 이 기록 그대로 정규 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치환했다. 올해 매직넘버도 이미 열 손가락 안이다. ‘V12’ 시나리오가 차곡차곡 채워진다.

 

해피엔딩을 바라보는 시즌. 하지만 그 도입부는 아찔했다. 캠프 개시 직전 사령탑을 잃었다. 선장을 잃은 배는 곧 표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줄지었다. 대혼돈의 시기, 하지만 KIA에는 공든 탑을 지킬 ‘길라잡이’들이 있었다.

 

◆젊은 리더

KIA 이범호 감독(오른쪽)이 승리를 거두고 양현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주인 잃은 지휘봉이 향한 이는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 이범호 감독이었다. 선수로, 코치로 KIA와 오랜 시간 함께한 차기 감독 후보였음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돌발 상황으로 시점이 크게 당겨졌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대목이다. 대권 후보를 초보 감독이 이끄는 건 도박수다. 특정 파트를 전담하는 것과 전체를 아우르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보란 듯이 걱정을 지웠다. 좌충우돌 적응기가 있었지만,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방점을 찍었다. 오랜 시간 선배, 코치로 함께 해온만큼 허물 없이 선수들을 대한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야구”를 추구하며 판을 깔아주는 데 집중했다. 환희의 순간 선수들과 격의 없이 기쁨을 공유하는 모습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냥 정(情)에만 기대지 않았다. 시즌을 거듭하며 감독으로서의 강단까지 갖춰갔다. 지난 7월17일에 나온 양현종 조기강판이 상징적이었다. 9-3으로 앞서던 5회초, 양현종이 2점을 내줬다. 그러자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 남긴 에이스를 내렸다. 양현종의 표정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불안했던 마운드 상황을 고려해 눈을 질끈 감았다.

 

성장이 느껴지는 결단이었다.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도 확실하게 전달됐다. 그러면서 뒤로는 양현종을 꼭 안아주는 ‘백허그’도 잊지 않았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의 조화, 그 속에서 KIA의 질주가 펼쳐지는 중이다.

 

◆묵묵한 백업

KIA 심재학 단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신임 사령탑에게 필요했던 든든한 지원군. 심재학 단장이 그 역할을 자처했다. 심 단장은 지난 시즌 도중 선임됐다. 온전히 자신의 색깔로 채운 올해가 본 무대였다.

 

스토브리그에는 우승 전력을 흔들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버페이, 보상선수 유출 리스크가 있는 무리한 영입보다는 김선빈, 최형우 등 핵심 멤버와의 자유계약(FA), 다년계약에 집중했다.

 

또 “KBO리그는 외인 투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높다. 우리가 어떻게든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하며 KIA의 취약점인 국제 업무에도 자원을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제임스 네일이라는 걸출한 외인 에이스를 품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물론 윌 크로우,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 등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거나 혹은 아직 시행착오 과정에 있는 외인들도 많다. 하지만 부상 등 돌발 변수 속에서 현장의 인력 공백을 빠르게 메운 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단기 알바’ 스타우트도 이범호 감독의 의견을 재빠르게 반영한 결과다.

 

적극 유치한 해외 연수도 성공적이다. 비시즌 미국 드라이브라인으로 향했던 정해영, 황동하, 곽도규 등이 정규시즌에 성과를 톡톡히 본다.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6∼7월에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 유학을 다녀온 김기훈도 살아난다.

 

적극적인 지원과 성공적인 리더십이 엮여 만들어진 이유있는 KIA의 질주였다. 남은 건 완벽한 마침표다. 타이거즈가 지켜온 한국시리즈 11전 전승의 역사를 잇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할 이범호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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