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그린 위는 뜨겁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2024시즌 23번째 대회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총상금 8억원)이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인천 클럽72 하늘코스(파72)에서 펼쳐진다. 한가위 황금 연휴를 맞아 골프 팬들을 찾아오는 특별한 선물이다. 절정을 향해 가는 별들의 타이틀 레이스에도 매우 중요한 한판이다.
최고의 전장은 단연 다승왕 싸움이다. 이예원, 박현경, 박지영, 배소현까지 4명이 포진한 3승 라인이 굵직하다. 한 시즌에 시즌 3승 이상 우승자가 4명 이상 나온 건 KLPGA 역사상 두 번째일 정도. 2015년 이정민(3승), 박성현(3승), 전인지(5승), 고진영(3승) 이후 9년 만이다.
시작은 3승 고지 선점자 이예원과 뒤를 쫓던 박현경의 이파전이었지만, 지난달부터 혼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5일 메이저 한화 클래식을 제패한 박지영이 맹장 수술 공백을 딛고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 더헤븐 마스터즈와 이달 초 KG 레이디스 오픈을 쓸어 담은 배소현까지 경쟁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번 대회는 휴식을 선언한 이예원을 빼고 나머지 3명이 모두 출격한다. 직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상금 2700만원을 추가해 개인 첫 한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를 일궈낸 박지영의 분위기가 특히 좋다.
“정말 특별한 해다. 투어 10년 차에 통산 10승,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다. 양궁의 ‘텐텐텐(3연속 10점 명중)’을 달성한 느낌”이라고 웃은 그는 “발목, 허리 통증이 있어 컨디션이 좋진 않다. 그래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대상 포인트, 상금 레이스도 흥미롭다. 박지영이 각각 436점, 10억1310만2717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자가 대상 포인트 60점과 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챙길 수 있기에 판도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두 부문 모두 2위인 박현경(410점·9억7797만6085원), 3위인 윤이나(392점·8억7360만4286원)가 경우에 따라 곧장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슈퍼루키’ 유현조의 2주 연속 우승 여부도 관심이다. 직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투어 우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수놓았다. 투어 신인의 메이저 우승은 2019년 임희정(KB금융 스타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이다. 신인이 메이저 대회로 투어 첫 승을 따낸 것은 2013년 전인지(한국여자오픈) 이후 11년 만이었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트로피 획득이었다.
데뷔 시즌임에도 컷 탈락이 단 한 번밖에 되지 않는다. 꾸준한 경기력으로 신인상포인트 1566점을 쌓아 2위 이동은(818점), 3위 홍현지(703점) 등에 큰 격차로 앞서있다. 올 시즌 신인상 트로피에는 사실상 유현조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디펜딩 챔피언’ 마다솜을 필두로 황유민, 방신실, 박민지 등의 강자들도 출사표를 던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혜진도 올 시즌 3번째로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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