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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역사의 '숨결' 불어넣은 쓰레기장·낙후건물의 재탄생

입력 : 2024-09-08 19:14:04 수정 : 2024-09-08 2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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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활용' 명소 5곳

부천아트벙커B39
폐쇄된 '삼정동 소각장' 재활용
현대 미술 예술공간으로 거듭

평창무이예수관
작가들 손잡고 폐교 리모델링
전시 감상·각종 체험 프로그램

충주 오태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정크아트 1세대 오대호 작가
전시·체험 등 폐교 공간 재생

거창근대의료박물관
1954년 설립 지역 첫 근대병원
의료 전시관·문화체험 등 마련

광주 전일빌딩245
5·18 민주화운동 전시 공간
9·10층엔 헬기 사격 탄흔 보존

쓰레기 소각장, 산골 학교가 예술의 중심지로 태어난다면? 낙후된 건물이라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재활용 과정을 거쳐 새로 주목받는 공간들이 있다. 자칫 사라질 뻔한 건축을 재생해 지속 가능한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여행지를 추천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공간의 재활용’이다.

부천아트벙커B39 3층 보존구역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쓰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의 중심지가 되다,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시 오정구의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는 본래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문을 연 이 소각장은 1997년 다이옥신 파동을 거치며 꾸준히 환경 파괴 문제가 제기돼 오다가 결국 2010년 폐쇄됐다.

폐쇄된 소각장은 수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18년에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은 과거 소각장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멀티미디어홀, 벙커, 에어갤러리 등 다양한 예술 공간을 갖추고 있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 예술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품 전시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행사와 공연 등이 열린다. 부천의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부천에는 급격한 도시화의 유산을 복원한 사례가 더 있다. 1980년대 복개되었던 심곡천이다. 이곳은 2017년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평창무이예술관은 폐교와 예술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가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평창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나무 복도 바닥, 칠판, 풍금 등. ‘무이초등학교’ 시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의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하고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2층 규모 갤러리 카페도 갖췄다. 이곳은 예술관 전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자 ‘봉평 감자 피자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무이예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까지 둘러보자.

폐교의 변신, 정크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대호아트팩토리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상상력 놀이터,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폐교가 키치한 작품으로 가득찬 예술공간이 됐다. 충주의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자그마한 폐교를 가득 채운 공간이다.

우리나라 정크아트를 이끌고 있는 오대호 작가가 오대호아트팩토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 오대호 작가. 철과 플라스틱, 나무 등 버려진 재료에 기계공학적 기술과 상상력을 입혀 작품을 탄생시켰다.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키네틱아트(kinetic art)도 선보여 작품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트바이크를 타고 드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이밖에 또 다른 재생공간도 있다. 조선 시대 후기 대표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이었던 충주 목계나루 근처에는 담배창고였던 공간이 ‘코치빌더’라는 카페로 변신했다. ‘코치빌더(Coach builder)’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에 전시된 올드카와 클래식카 역시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 개성적으로 복원했다. 벽면과 천장에는 차 계기반, 변속기, 휠 등 차량의 부품을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도 만날 수 있다. 코치빌더는 빵 맛집으로 입소문 난 곳. 충주에서 나는 밤과 고구마 등으로 빵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은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역사와 치유가 어우러진 문화 공간, 거창근대의료박물관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1954년에 지어진 옛 자생의원이다. 이는 거창지역 최초의 근대병원이다. 2006년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설립자 고(故) 성수현 원장의 유족들이 시설을 기부하고 거창군청이 부지를 매입했다.

2013년에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받은 후 2016년에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의료전시관이 된 병원동은 당시의 처치실, 수술실, X선실 등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생김새가 낯선 옛 수술기구들과 의료시설들도 눈길을 끈다. 의사가 거주했던 주택동에는 그 시절에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요즘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특색있는 근대의료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흥미진진한 근대의료의 역사를 듣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역사와 치유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채워가고 있다. 때때로 박물관의 앞마당은 삶을 위로하는 힐링 콘서트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전일빌딩245 종각 지붕 선 위로 총탄 흔적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5·18민주화운동의 흔적들, 광주 전일빌딩245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 중 이 건물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한 총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모두 245개의 탄환이 확인됐고, 이는 헬리콥터 등 비행체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결론내렸다.

국과수 결론 이후 이곳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리모델링됐다. 지상 10층과 지하 1층 중 광주콘텐츠허브로 사용 중인 5~7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가장 중요한 전시 공간은 10층과 9층이다. 외부에서 날아온 탄흔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언을 참고해 제작한 멀티 어트랙션 영상도 재생 중이다. 모형 헬리콥터 UH-1H 기종과 M60 기관총, 전일빌딩245 주변을 재현한 디오라마 축소 모형, 왜곡의 역사, 진실의 역사 등을 주제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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