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우당탕탕’.
한국배구연맹(KOVO)은 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 메이필드 볼룸에서 2024~2025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7개 구단 감독 및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45명의 고졸 예정 선수, 1명의 대학교 재학생까지 총 46명의 선수가 V리그 무대를 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희대의 해프닝
지명 순서는 구슬 추첨으로 정해진다. 100개의 구슬을 지난 시즌 최종 순위 역순으로 차등 분배해 추첨기에 넣는다. 페퍼저축은행이 35개, 한국도로공사가 30개, IBK기업은행이 20개의 구슬을, GS칼텍스, 정관장, 흥국생명, 현대건설이 각 8개-4개-2개-1개의 구슬을 넣었다.
이때 기계 결함이라는 대형 변수가 터졌다. 추첨기 상단에는 구슬 하나가 들어올 공간이 있는데, 리모컨을 제어하면 입구가 닫히고 선택된 구슬이 내려오며 순위가 정해진다. 하지만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입구가 닫히지 않았고, 구슬도 내려오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신무철 KOVO 사무총장과 연맹 진행자가 직접 구슬을 밀어야 했다.
그 결과 한국도로공사-GS칼텍스-페퍼저축은행 순으로 1∼3순위가 정해졌다. 절차대로 원활한 추첨을 위해 뽑힌 팀의 구슬을 빼는 과정이 진행됐다. 그때 현장이 웅성거렸다. 일부 구단이 “확률상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고 지적했기 때문. 확률 보존을 위해 뽑힌 구슬을 다시 추첨기에 넣어야 하는데, 2∼3순위 추첨 과정이 그러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드래프트에 뜬 ‘VAR’
혼돈 속에 각 팀 사무국장이 모이며 행사가 중단됐다. 결국 연맹은 “1순위 추첨은 확률상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순위부터 공을 다시 넣지 않아 확률상 문제가 생겼다. 2순위부터의 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재추첨한다”고 최초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일부 구단이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재반박하며 행사가 또 중단됐다. 결국 생중계되던 현장 영상을 돌려보는 ‘비디오 판독’까지 이르렀다. 해프닝이었다. 기계 결함과 별개로, 구슬을 다시 넣어 추첨을 진행한 것이 확인됐다. 연맹은 “영상 확인 결과 확률상 문제는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황이 없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최초 1∼3순위 추첨 결과를 모두 인정하겠다”고 혼란을 수습했다.
◆돌고 돌아
멈췄던 시계가 다시 돌았다. 모두가 예민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추첨기가 다시 돌아갔다. 결국 4∼7순위는 현대건설-흥국생명-IBK기업은행-정관장으로 결정됐다. 가시밭길 끝에 나온 순번이었다.
승자는 GS칼텍스였다. 8% 확률로 2순위를 챙긴 데다가 2022년 12월 오지영 트레이드로 얻은 페퍼저축은행의 1라운드 지명권까지 행사하게 되면서 2∼3순위를 확보했기 때문. 내심 1순위도 기대했지만, 충분히 반가운 결과였다. 최초 2∼3순위 추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표에 목청 높여 반박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밖에 단 1%의 확률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4순위를 챙긴 현대건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상대로
최대어가 없다고 평가 받던 드래프트였다. 전체 1순위를 두고 김다은(목포여상)-최유림(근영여고)-이주아(목포여상)의 삼파전 양상이 점쳐졌다. 시나리오대로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세터 김다은을 챙기면서 지난 시즌 김세빈에 이어 2연속 전체 1순위를 품었다. 이어 GS칼텍스가 미들블로커 최유림, 아웃사이드 히터 이주아를 데려가 팀 약점 보완에 성공했다.
이어진 1라운드 지명에서는 현대건설이 강서우(일신여상), 흥국생명이 이채민(남성여고), IBK기업은행이 최연진(선명여고), 정관장이 전다빈(중앙여고)을 챙겼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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