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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숫자'에 매몰된 K팝

입력 : 2024-08-07 16:27:49 수정 : 2024-08-07 16: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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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의 솔로 2집 타이틀곡 ‘후(Who)’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전주보다 2위 오른 12위를 기록했다.이 노래는 또한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의 스트리밍과 판매량을 집계해 순위를매기는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에서 14일 연속,‘위클리 톱 송 글로벌'에서 2주 연속 1위를 각각 지켰다. 

 

 위 내용은 미국 빌보드 차트(6일자)에서 BTS 멤버 지민이 선전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는 최근 뉴스다.

 

 K팝이 이룬 성취는 대부분 숫자로 구성돼 있다. 선수와 팀의 스탯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야구와 흡사하다. 야구계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즉 통계학적 방법론을 동원한 과학적, 계량적인 평가가 일반화된지 오래다. 이전까지의 관습적 평가는 대규모 자본 유입 이후 점차 사라지게 됐다.

 

 증시 상장을 통해 몸집을 키운 K팝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장타율’이나 ‘OPS’, ‘승리기여도’같은 새로운 용어와 척도가 가요계에도 등장할지도 모른다. 

 

 현재 K팝의 주도권은 아티스트가 아닌 회사에 있다. 영화 ‘라디오 스타’에 나오는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자본을 선투자해 연습생을 모아 데뷔조를 뽑고 분업화된 프로듀싱 과정을 거쳐 아이돌을 세상에 내보내는 구조다. 산업화된 K팝 생태계에서 정성적 평가는 위험부담만 키울 뿐이다. 

 

 국내 4대 기획사 시총만 10조가 넘는다. 창업주가 직원 서너명을 데리고 출발한 작은 회사가 정규직 직원 수 백명이 일하는 거대 조직이 됐다. 플랫폼 기업이나 게임사 출신 등 타 업종 경력자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 하게 되면서 엔터사 특유의 문화는 사라지고 대기업과 흡사한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문화적 측면보다 산업적 측면이 더 중요해지며 주관적인 ‘감’이나 ‘느낌’ 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우선시하게 됐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을 데뷔 시키려면 선투자 비용만 대략 100억 이상을 써야하고 연인원 수백명이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실패하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그 성공을 시장과 투자자에게 명확한 숫자로 증명해야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된다. 

 

 데뷔 후 며칠만에 음악방송 1위를 했는지가 연착륙의 기준이 된다. 초기 음반 판매량, ‘초동’도 중요하다. 데뷔 전부터 공들여 조직한 팬덤의 규모와 화력을 보여 주는 것이 초동 판매량이다. 

 

 뮤직비디오 조회수와 국내외 차트 순위에도 강한 집착을 보인다. 차트 진입을 위해 팬덤은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한 ‘총공’에 나선다. 팬들은 자신들이 일조한 순위, 즉 숫자에 열광한다.

 조회수와 국내외 차트 순위는 대중성을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하며 광고 등의 부가 수익 창출과 직결된다.  

 

 이 많은 숫자를 통해 아이돌은 서열화 된다. 서열은 권력이고 돈이다. 성공 신화가 쌓일수록 소속사, 아티스트, 팬, 언론 등 모든 이들이  줄세우기 놀이에 빠져든다. 지난해 한 방송사는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연출을 위해 음악방송 1위 횟수와 함께 초동 판매량으로 1군부터 4군으로 출연자들의 ‘급'을 나눠 논란을 낳기도 했다. 

 

 성취를 객관화 하는 것도 좋지만 회사와 아티스트, 팬들 모두가 숫자에 매몰될수록 업의 본질과는 멀어지는 것은 분명 문제다.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 평가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K팝의 근간은 음악이다. 국내 최대 기획사인 하이브의 모토가 ‘We Believe In Music’인 것을 가볍게 보지 말자.

 얼마전 세상을 떠난 김민기의 ‘아침이슬’, ‘상록수’의 전설적인 이야기에는 숫자가 없다. 음악 그 자체가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꿨다. 

 

전경우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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