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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Star] 28년 만의 女 단식 금메달...‘세계 1위’ 안세영, 배드민턴 여제의 화려한 대관식

입력 : 2024-08-05 18:47:09 수정 : 2024-08-05 21: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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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세영이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세영의 시대.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에 2-0(21-13 21-16)으로 승리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여자 단식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숙원 사업을 안세영이 해결했다.

 

◆남다른 떡잎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7년 12월 한국 배드민턴에 안세영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중학생 소녀가 성인 선수들과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품었다. 과거 이용대도 중학생 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추천 선수로 뽑혔다. 안세영은 자력으로 선발전을 뚫어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차근차근 성장했다. 2018년 아이리시 오픈에서 첫 성인 국제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2019년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투어 5승과 함께 한국 최초 BWF 신인왕에 등극했다. 특급 유망주의 길을 걸었다. 기대를 받고 나선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은 아쉬움이 남았다. 8강까지 순항했으나 도쿄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천위페이(중국)가 가로막았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보지 못하고 퇴장했다.

 

실패는 밑거름이 됐다. 탄탄한 수비와 체력이 강점인 안세영은 스트로크, 클리어, 스매시 등 전 부문에서 발전을 이뤄냈다. 2023년 출전한 14개 국제대회에서 결승 진출 13번, 우승 10번의 업적을 이뤄냈다. 팀으로 나선 수디르만컵(준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단체전(금메달)에서도 성과를 냈다. 지난해 7월 일본 오픈 우승을 기점으로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로 도약했다.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성과였다. 기세를 이어 8월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단식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항저우 AG에선 개인전, 단체전을 석권하며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AG 2관왕을 달성했다. BWF 올해의 여자선수상까지 더해 안세영 해를 만들었다.

안세영이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기를 딛고

 

항저우 AG가 끝나고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은 부상과 씨름했다. 항저우 AG 결승에서 다친 무릎 부상에 이어 허벅지 근육 부상까지 찾아오면서 기복이 찾아왔다. 올림픽 직전에 열린 싱가포르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2주 연속 결승 무대를 밟으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파리에서는 ‘긴장’이 변수로 찾아왔다. 종전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의 8강,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과의 4강 모두 1세트를 내주며 불리한 출발을 했다. 이유가 있었다. 안세영은 “긴장이 돼서 몸을 잘 움직이질 못했다. (1세트를 내주는 것이) 엄청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지켜본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총감독은 “(1세트를 내줘도) 진다는 생각은 없었다. (안)세영이의 몸 상태는 좋다. 그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다만, 누구든 코너에 몰리면 당황하게 된다. 수행 능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도 따랐다.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강력한 경쟁자인 천위페이가 8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은 불의의 부상으로 기권했다. 마린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실력자다. 천위페이 다음으로 마린을 까다로운 상대로 꼽은 김 감독은 “마린이 경험도 많고 파이팅도 좋아서 경계가 됐는데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결승에서 만난 허빙자오는 안세영의 금메달 도전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항저우 AG 때 김가은과 단체전 결승에서 맞붙을 때 봤는데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더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1세트부터 몰아친 안세영은 파리에서 자신의 대관식을 완성했다.

안세영이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랜드슬램을 향해

 

안세영은 줄곧 그랜드슬램(올림픽·AG·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외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와 AG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올림픽까지 제패하면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퍼즐을 완성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만 차지한다면 커리어 최대 목표를 이뤄낸다.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 안세영의 꿈은 남다른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 낭만 엔딩으로 마쳤다. 상대의 날카로운 공격을 받아내고 곧바로 일어나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플레이스타일 같이, 안세영은 숱한 위기를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세계 최정상에 섰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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