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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Focus] 가혹한 시련…황금세대는 이날의 ‘눈물’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입력 : 2024-08-01 07:00:00 수정 : 2024-07-31 23: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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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31일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에서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경기를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죄송합니다.”

 

‘꿈’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감을 안기기도 한다. 3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아쉽게도 한국 선수단은 후자를 맛봤다. 7분07초26를 기록, 출전한 9개국 가운데 6위에 머물렀다. 경기를 치른 선수도,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쉽사리 말을 떼지 못했다. 어렵게 뗀 황선우(강원도청)의 한 마디. “죄송합니다”에 동료들도 주저앉았다.

 

◆ 힘찬 출발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했다. 직전 대회였던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영 괴물’의 탄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선우의 이름 석 자를 세계에 알린 무대였다.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남자 자유형 100m, 200m 모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100m의 경우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65년 만이었다. 앞서 일본의 다니 아쓰시가 1956년 멜버른 대회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바 있다.

 

시야가 넓어진 만큼 방향성을 더욱 확실히 다졌다. 3년간 끊임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서 3회 연속 메달을 일궜다. 특히 올해 2월 도하 대회에선 마침내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선 2관왕에 올랐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이후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그간 경험도, 기량이 많이 쌓였다.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자유형 200m 예선 경기에서 황선우가 레이스를 마친 뒤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 든든한 동료

 

심지어 혼자가 아니었다.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였다. 대한수영연맹은 2022년부터 특별전략 육성 선수단을 꾸려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키웠다. 황선우뿐 아니라 김우민(강원도청), 이호준(제주시청), 이유연(고양시청) 등도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 가운데서도 김우민은 황선우와 대표팀 쌍두마차로 성장했다. 중장거리 유형으로, 이번 올림픽에서도 4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새 역사를 합작하고자 했다.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겨냥했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었다. 성과가 분명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자 동기부여였다. 박태환이 이끈 2006년 도하 AG 남자 계영 800m에서 작성한 한국 신기록은 7분23초61이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한국은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등에서 연달아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항저우 AG에선 7분01초73을 마크, 아시아신기록까지 신고했다. 자신감을 채웠다.

 

사진=뉴시스 /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자유형 200m 예선 경기에서 김우민이 레이스를 마치고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 주저앉은 에이스

 

이상신호가 감지된 것은 남자 자유형 200m에서부터다. 황선우가 준결승전서 탈락했다. 막차를 탄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와는 불과 0.04초 차이였다.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터. 버텨야만 했다. 자유형 100m마저 포기하고 800m 계영에 올인했다. 바랐던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밀렸다. 김우민이 격차를 좁혔지만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순위도 순위지만, 자신들이 세운 최고 기록에 한참을 못 미쳤다.

 

암울한 분위기.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잘못인 마냥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담담하게 소감을 전하려 애썼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다. 이호준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황선우와 양재훈도 쉽게 발을 돌리지 못했다. 털썩 주저앉아 하나둘 경기를 되짚는 듯했다. 김우민은 말없이 동료들을 다독였다. 대회 내내 저조한 성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황선우는 급기야 머리를 감싸 안았다. “딱히 아픈 곳이 없어 더 답답하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시스/ 31일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에서 김우민, 이호준이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 눈물의 의미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 어쩌면 황선우를 비롯한 경영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이후 실패보단 성공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주변의 시선을 떠나, 스스로 세운 기준치도 한층 높아졌을 수밖에 없다. 아직 20대 초반이다. 아파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황선우가 말했듯 이번 올림픽이 그들 수영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성숙해지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한 발 뒤로 물러서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날의 눈물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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