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반효진에겐 ‘사격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대구 동원중 재학 중이던 2021년 7월 사격 선수였던 친구 전보빈(대구체고)의 권유로 총을 잡았다. 그해 소년체전 단체전 2위에 입상했고,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 여자소총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반효진은 “친구가 사격이 매력 있다며 ‘네가 하면 엄청나게 잘할 거 같다’고 설득하더라. 사격을 시작하고 2개월이 좀 안 돼서 대구광역시장배에 출전해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대하던 엄마도 본격적으로 밀어주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눈부시게 성장한 반효진은 지난 3월 말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체 1위의 성적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파리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10m 국가대표가 됐다. 사격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반효진은 타고난 사격 재능에 단단한 멘털까지 갖췄다.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강심장’이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도 강한 멘털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23, 24번째 발에서 9점대를 쏴 황위팅에게 동점을 허용했으나 슛오프에서 다시 침착하게 10.4점을 쏴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했다. 웬만한 선수라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겁 없는 10대 명사수 반효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격을 시작하고 3년밖에 안 돼서 최대한 겸손하게 경기 나갈 때마다 ‘하나라도 더 배우자’라고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올림픽에 와서도 똑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슛오프 직전 두 발을 그렇게 크게 (과녁 밖으로) 뺄 줄은 몰랐다. 당황했지만, 그래도 슛오프에 가서 하늘이 제게 주신 금메달 기회라고 생각했다. 진짜 그 한 발을 더 소중히 쐈다”면서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 코치님들까지 너무 힘들게 왔는데 제가 금메달을 따서 벅차올랐다. 언니들도 울면서 뛰어오더라. 엄청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사대에서는 냉정한 명사수지만, 총을 내려놨을 때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반효진은 “영상통화로 조카 얼굴도 보고, 언니도 보고, 엄마와 아빠도 봤다. 어서 한국 들어가서 가족들 만나고, 떡볶이와 마라탕, 치킨까지 다 먹고 싶다”고 했다.
반효진의 나이는 이제 17살에 불과하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사격 황제’ 진종오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사격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반효진은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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