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이 전부지만, 이제는 이름을 알리겠습니다.”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그라운드를 누빈 2024 KBO 퓨처스 올스타전이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개최됐다. 올해부터 퓨처스 축제에도 1군과 마찬가지로 ‘베스트 퍼포먼스상’이 신설되면서 여러 선수들이 적극적인 ‘자기 PR’에 나섰다.
NC의 우완 투수 목지훈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무더위에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외투에 ‘미떼소년’이라는 명찰을 달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외투를 벗어던지자 ‘핫초코 광고문의 DM(다이렉트 메시지) 주세요’라는 재미난 문구까지 준비돼 있었다.
‘핫초코 소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광고 한 편을 떠올리게 하는 퍼포먼스였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1년 김성근 전 감독과 함께 동서식품의 ‘미떼 핫초코‘ 광고에 출연했다. 당시 김 전 감독의 “뛰는 폼이 좋다. 선수 시키면 어떻겠나”라는 말에 리틀야구를 넘어 정식 선수의 길을 밟은 독특한 사연까지 알려졌다.
그렇게 2023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NC 유니폼을 입고 당당한 프로 선수가 됐다. 올해 퓨처스에서 12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2.70(50이닝 15자책점)의 훌륭한 성적표를 내며 퓨처스 올스타전까지 밟은 것. 그는 “되게 떨리고 설렜다. 처음 보는 선수들도 많아 어색하기도 했다”며 “제가 이런 무대를 나가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열심히 하니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해는 2군에서도 3경기-3이닝 소화에 그쳤다. 올해는 처음으로 퓨처스 선발 로테이션도 돌고 50이닝도 넘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며 소기의 성과를 이룬 앞선 전반기에 대한 흡족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만족할 수는 없다. 그는 “아직 갈 길은 멀다. 역시나 1군이 메인 무대이지 않아. 거기까지 가서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이어 “공격적인 피칭, 사사구를 주지 않으려는 피칭에 신경쓰고 있다. 볼넷에 들어간 4개의 공이면 이론상 아웃카운트 3개도 잡을 수 있지 않아. 공짜로 베이스 하나를 내주는 것도 너무 아깝다. 앞으로도 이 점에 집중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목표까지 덧붙였다.
어쩌면 평생 커리어를 따라다닐 ‘핫초코 소년’에 대한 이야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팀 동료인 (박)주찬이 형이 인천 살아서 함께 카페를 갔는데 마침 아이스 초코를 먹고 왔다. 커피가 좀 쓰고 맛없어서 원래 안 마신다. 마실 게 그거밖에 없더라”고 웃은 그는 “워낙 핫초코 소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김성근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전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NC 목지훈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별명을 뛰어넘을 만큼의 실력을 더 키워오겠다. 야구선수 목지훈이 먼저 생각나게 만드는 게 제 목표”라며 “이번 시즌도 초반에는 대량 실점 경기가 있었다. 잘해야겠다고 잘해지는 게 아니더라.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 한다. 좋은 성과 내서 1군에 가서 꼭 퀄리티스타트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덧붙였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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