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아까운 순간이었습니다. KBO 42년 역사의 첫 퍼펙트 게임이 기록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말입니다(퓨처스리그에서는 2011년에 한 번 있었다고 합니다). 6월 25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 vs LG의 경기.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는 8회까지 2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누구에게도 오스틴이 지키고 있는 1루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퍼펙트게임이란 놈은 마치 골프에서 홀인원을 말할 때 실력도 실력이지만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진정 하늘의 뜻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9회 초 삼성 첫 타자가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만들어낸 첫 안타가 삼성팬들은 반가 왔겠지만, 야구팬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당사자인 케이시 켈리도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았지만, 그 순간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탄식의 숨소리를 합창으로 들을 수 있었거든요. 제가 아는 한 LG팬은 경기를 지켜보며 혹시라도 좋은 흐름을 깰까 봐 핸드폰 연락도 자제하고 있었다더군요. 정말 그런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되는 저녁이었습니다.
케이시 켈리는 2019년에 LG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른 머리였는데 이제는 긴 머리가 상징이 되어 잠실의 예수라고 불린다죠. 2019년 LG의 두 외국인 투수는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로 둘 다 비담(비주얼 담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물 좋죠, 잘 던지죠, 게다가 인성까지 좋아서 엘팬들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켈리의 성적이 영 제 궤도로 올라오질 않아서 헤어질 때가 되었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던 중이었는데…. 그래서 돌아온 켈리의 투구가 더 반갑고, 인터뷰 중 눈시울을 붉히는 그를 보며 함께 글썽거렸네요.
어제 9이닝 동안 그가 상대한 타자는 정확히 27명(안타 이후 병살타가 나오는 바람에). 102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 없이 삼진은 3개. 즉, 24개의 아웃카운트는 켈리의 말처럼 필드를 지키는 야수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퍼펙트게임은 개인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팀의 기록이란 생각이 듭니다. 2022년 개막전 SSG의 월머 폰트 선발투수의 9이닝 퍼펙트가 퍼펙트게임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공격탓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여름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켈리의 계절이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라는 별칭처럼 부활한 모습 기대합니다. 그의 귀염둥이 딸내미 카미도 오래 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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