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시대, 여전히 진행형이다.
‘투타겸업’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는 입지전적인 선수다. 당장 야구계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논쟁을 펼치더라도 숱한 레전드들을 뚫을 힘을 갖췄다. LA 다저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타니에게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규모인 총액 7억 달러(약 9732억원), 10년짜리 초대형 계약을 안긴 배경이다. 그 몸값과 명성을 모두 입증하듯, 2024년의 오타니는 변함없이 불타오른다.
◆일보후퇴
시작은 조금 삐그덕거렸다. 지난해 9월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토미 존) 수술로 투타겸업은 일찌감치 무산됐다.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집중해야 했다. 여기에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함께 해온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과 횡령 스캔들에 휘말리며 야구 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때문이었을까. 개막 이후 서른 타석 넘게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44개)의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했다.
다행히 4월 타율 0.352 7홈런으로 늦지 않게 시동을 걸었다. 5월에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빚으며 다시 순항했다. 하지만 이달 초, 다시 주춤했다. 타율 3할선 붕괴 위기가 있었고, OPS(출루율+장타율)도 9할 중반대로 내려갔다. 일반적으로 절대 부진이 될 수 없는 성적표지만, 오타니의 이름값을 감안할 때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팀 동료 무키 베츠와 뉴욕 양키스의 거포 애런 저지가 연일 펼친 뜨거운 활약이 상대적으로 오타니를 초라하게 만든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이보전진
기우였다. 1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수놓은 멀티홈런으로 안정궤도를 되찾았다. 이후 23일까지 나선 7경기에서 무려 6홈런을 쓸어 담아 23홈런을 쌓았다. 종전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를 달리던 마르셀 오주나(애틀랜타 브레이브스·21개)도 끌어내렸다. 동기간 타격 성적은 타율 0.481(27타수 13안타) 6홈런 13타점 10득점에 달한다.
예로부터 6월만 되면 뜨겁게 불탔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6월 성적만 타율 0.336, OPS 1.194, 43홈런 91타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6월 타율 0.394 15홈런 29타점이라는 괴물 같은 수치를 남기기도 했다. 올해도 여름의 초입을 맞아 여지없이 방망이를 달군 오타니다.
◆MVP를 향해
NL MVP를 향해갈 일만 남았다.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동료 베츠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역설적으로 오타니에게 기회도 찾아왔다. 2021년과 2023년 만장일치 AL MVP를 따냈던 그는, 둥지를 옮긴 첫 시즌에 3번째 MVP를 정조준한다.
이대로 역사상 2번째 양대리그 MVP 석권에 성공한다. 1960년대를 누빈 프랭크 로빈슨이 유일한 기록 보유자(1961년 NL ·1966년 AL 수상)다. 여기에 역대 최초 지명타자 MVP 수상도 노린다. MLB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1973년 이후 폴 몰리터(1993년), 프랭크 토마스(2000년), 데이빗 오티스(2005년)가 MVP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게 지명타자의 종전 최고 기록이었다. 오타니의 앞선 수상은 투수로서의 결실도 반영된 결과였다. 오롯이 지명타자로 임하는 올해, 또하나의 대기록에 도전하는 오타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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