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타이밍, 아쉬운 부재다.
선두 싸움에 여념이 없는 쌍둥이 군단에 비보가 도착했다. 11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던 ‘토종 에이스’ 최원태의 갑작스러운 부상 소식이다. 경기 당일 우측 옆구리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대구에서 곧장 병원 검진에 들어갔다. 기대했던 결과는 없었다. 우측 광배근 미세 손상 진단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팀은 급하게 김유영 카드를 내세웠으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최원태는 지난해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노리던 LG가 야심 찬 승부수로 품었던 자원이다. 키움에 이주형과 김동규 그리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손실을 감수하면서 데려왔다. 그만큼 국내 선발이 간절했다.
지난해는 정작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키움에서 17경기 6승4패, 평균자책점 3.25(102⅓이닝 37자책점)로 빛나던 그는 LG로 건너와 9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6.70(44⅓이닝 33자책점)에 그쳤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조기 강판 굴욕까지 겪었다. 팀이 다행히 통합 우승에 닿았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칼을 갈았다. 변함없는 신뢰 속에 토종 1선발로서 새 시즌을 맞은 그는 12경기 6승3패, 평균자책점 3.80(66⅓이닝 28자책점)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원태인(삼성)과 함께 국내 투수 다승 부문 1위다. 리그 전체 1위권과도 단 1승 차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6번을 기록했다.
디트릭 엔스-케이시 켈리의 외인 듀오가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 허덕일 때,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듬직하게 잡았던 주인공이 바로 최원태였던 것. 그랬던 토종 에이스가 선발 등판 당일에 출전이 불발됐다. LG에는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설상가상이다. LG는 이미 ‘베테랑’ 임찬규의 이탈로 고전하던 찰나였다. 임찬규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리 근육통으로 지난 4일 예정된 등판을 취소하고 엔트리를 떠났다. 급하게 투입된 이믿음에 이어 이우찬이 대체 선발로 나섰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 속에 2경기를 모두 패했다. 공교롭게도 LG는 지난주 그 2경기를 뺀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이겼다.
대체 선발이 그만큼 마땅치 않다. 그 와중에 최원태의 난 자리까지 채워야 하는 난제에 당면했다. 경미한 통증으로 확인된 임찬규가 최대한 빨리 복귀해도 한 자리를 계속 메워야 함은 변하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치열한 선두 싸움 속에 찾아온 이탈이라 더 아쉽다. LG는 중위권에 머무르던 초반을 지나 ‘디펜딩 챔프’의 경기력을 되찾은 끝에, 지난 7일 59일간 선두를 지키던 KIA를 끌어내리고 1위를 탈환했다. 어렵게 뺏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속력을 낼 일만 남았던 상황.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에이스가 없다. 사령탑도 이례적으로 선수의 자기 관리를 적나라하게 꼬집으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치명적인 이탈, LG의 고민만 늘어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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