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부터 울었어요. 감독님이 본인이 한 연기를 보고 그렇게 우냐고 하시던데요. 하하”
‘3일의 휴가’(육상효 감독)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 영화다.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딸을 만나기 위해 하늘에서 지상으로 3일간의 휴가를 온 엄마 복자. 미국 명문대 교수로 일하는 딸 진주는 복자의 자랑이자 자존심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볼 줄 알았던 딸은 시골 고향에서 엄마 뒤를 이어 백반집 사장일을 하고 있다.
신민아는 “진주가 엄마랑 김치찌개를 먹는 장면부터 울었다. 진주가 엄마한테 쌀쌀맞게 이야기하는데, 저게 엄마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르고 왜 저렇게 말하는 건지. ‘엄마, 숨을 왜 그렇게 쉬어?’라고 말하는데 이유를 알고보니 더 슬펐다. 감정이입이 돼서 영화 내내 눈물이 나더라”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아픈 엄마와 엄마가 떠난 뒤 후회하는 딸. 눈물을 유발하는 만능열쇠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마음이 후련하다. 신민아와 김해숙의 찰진 대사 소화와 깊은 감정 연기. ‘알고도 기분 좋게 당하는 영화’라는 영화평이 딱 맞다.
신민아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평생에 한 번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하지 않나.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성, 그런 걸 표현해보고 싶었다”라며 “영화를 보고 가족에게 더 연락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에는 모두와 이별을 하니까.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걸 느끼고, 감사한 마음으로 표현도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함께 감상평을 내놨다.
진주는 엄마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서로 만질 수도 없다. 복자 역의 김해숙이 눈 앞에 있음에도 보지 못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신민아는 “선생님과 연기를 해서 너무 좋았다.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끔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와 주셨다. 엄마가 보이지 않는 장면에서 ‘진주 되게 슬프겠다’라면서 장면과 감정에 대한 공감을 많이 해주셨다. 나중에는 입고 계신 옷만 봐도 울컥한 느낌이 들더라”며 “26년 정도 이 일을 하면서 꽤 많은 작품과 만났다. 작품을 대할 때 느끼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 열정과 에너지가 선생님과 비슷한 온도였다. 또래 배우와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성격도 비슷해서 서로 의지하게 되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모녀 관계를 다룬 작품이니 만큼 실제 가족 반응이 궁금해졌다. 신민아는 자신의 어머니 반응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저희 어머니는 남들과 다른 성격이다. 시사회 때 영화보고 안 우셨다”면서 “슬프다, 재밌다 이런 이야기 없이 ‘예쁘게 나왔던데?’라고 하시더라. 무대인사 때는 조명이 어두워서 잘 안 보였다고 하시더라”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모녀 관계는 어떻느냐는 질문에는 “저희 어머니는 저에게 연락을 잘 안 하신다. ‘잘 있겠지’ 이런 무던한 성격이다. 너무 조용하면 제가 ‘무슨 일 없지?’ 물어보면서 지낸다. 자주 만나고 친구처럼 지낸다”라면서 “엄마가 행복할 수 있다면 가격에 상관없이 선물을 해드릴 수 있다. 나도 나같은 딸을 보고싶다”라는 러블리한 대답을 덧붙여 다시 현장의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진주는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거친 신민아는 감정의 기복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을까. 역시나 솔직하고 담백한 대답이 나온다.
신민아는 “우리가 추운날 열심히 일하면 감기 기운 살짝 오지 않나. 우울함은 그런 감정의 감기라고 생각하려 한다. 진주가 공황장애가 있고 약을 복용하는데, 이걸 연기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이런 감정이 오겠구나’라고 접근했다”면서 “저 역시 일적으로 사적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면 힘들고 우울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이 감정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 시간을 견딘다. ‘당연히 아파야하는 시점이구나’라고 생각하면 그 시간이 흘러가더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그는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보니 방식을 찾은 거 같다.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려고 한다”면서 “저는 집에서 드라마를 계속 틀어놓는다. 어른들이 왜 TV를 틀어놓는지 이젠 알겠다. 어딘가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소리와 영상을 계속 틀어놓으시는 거 아닐까”라면서 웃는다.
새해에는 tvN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와 넷플릭스 ‘악연’으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40세를 앞둔 신민아는 “당연히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 게 생기더라.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연기를 했는지’다. 예전에는 만족의 선이 모호해 스스로 괴롭히는 순간이 있었다. 지금은 얼마나 집중해서 해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그래야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다. ‘최선을 다했다’라는 생각을 한 작품들로 만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진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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