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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12.12, 기억 생생”…‘서울의 봄’, 리얼리티로 가득했던 이유

입력 : 2023-12-25 14:55:15 수정 : 2023-12-25 14: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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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천만 돌파, 그 뒤에는 장면의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작진의 집요함이 있었다. 

 

나라를 삼키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의 팽팽한 대립, 숨 가쁘게 흘러갔던 반란군과 진압군, 그날 밤의 기록을 생생히 전달한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관객의 가슴을 울린 것.

 

영화를 진두진휘한 김성수 감독은 “1979년 12월 12일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동네(한남동)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육군참모총장 공관 건너편에 있던 친구집 옥상에서 들었던 총성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출발점이다”라며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누가 무슨 이유로 누구와 싸우는지 궁금했다. 그 하룻밤이 264일의 쿠데타를 압축하는, 핵심적인 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영화 제작의 계기를 전했다.

 

개인적인 기억만큼이나 생생한 군사반란의 현장이 영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김 감독이다. “79년에 제작된 영화, 영상, 사진, 뉴스에서 나오는 그 앵글들의 느낌을 좀 차용을 했다”며 살아있는 듯한 시대 고증을 위해 의상, 미술, 음악까지 디테일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하루 4시간…황정민을 민머리로 만든 특수분장 

 

먼저 한국 특수분장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 온 셀(CELL)의 황효균 대표는 25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할리우드나 다른 나라의 영화에서는 과거 인물을 실제처럼 재현한 경우가 많았다. 감독님은 서울의 봄은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인물을 닮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며 김 감독의 주문을 전했다.

 

황정민의 민머리 분장은 4시간이 걸렸다. 살결이 느껴지는 실리콘 소재 인조 피부를 착용했다. 아침 7시 촬영을 할 때면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황대표는 “배우가 가지는 감정이나 표현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닮게 재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을 넣어서 느낌만 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황정민이 전두광이 되는 관문인 특수분장의 포인트를 짚었다.

 

◆관객을 역사의 그날로…시대고증 거친 VFX

 

VFX(시각효과)를 총괄한 스튜디오하이 정재훈 슈퍼바이저는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한 만큼, 관객들 대부분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 그래서 후반 작업시에는 인물에 대한 감정 몰입이 깨지지 않도록 극중 전두광(황정민)의 헤어 리터치부터 1979년 당시 모습의 완벽한 재현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요소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완벽히 ‘그 시기에, 그 시대에 들어가 있다’를 느껴야 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모아둔 사진들을 컷별 레퍼런스로 잡고 작업했다. 시그니처가 되는 건물이나 피할 수 없는 지형을 중심으로 그 외의 사이드를 시대에 맞게 교체해 나갔다”며 시대 고증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특히 제2한강교 장면은 초반 자료조사와 콘셉트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당시의 항공 사진, 특히 밤에 찍힌 서울 상공의 모습을 기록으로 찾기 힘들었다. 따라서 실제 1979년 즈음 일대의 항공사진들을 맞춰 제2한강교 일대의 지도를 만들고, 그 위에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실제 등고선 데이터와 당시 한강의 수위 등 시대적 상황을 조합하여 그날의 서울 야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계산 속에서 보여진 화면…후반 색보정

 

영상 색보정 작업을 진행한 덱스터스튜디오 DI본부 컬러리스트 박진영 이사는 “작업 전 이모개 촬영감독님이 참고자료로 시대적 질감과 색채 대비가 명확한 사진첩을 주셨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 룩의 콘셉트를 설정했다“며 작업의 첫 시작을 전했다.

 

이어 “캐릭터의 눈빛과 표정을 살리는 콘트라스트(대비) 작업에 포커싱을 뒀다”라며 “장소와 인물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투쟁의 순간에는 레드톤, 냉철하고 담담한 구간에서는 블루톤으로 대비 효과를 줬다”라고 알렸다. 

 

또 “이 외에도 그레인(풍화된 듯한 질감을 표현하는 기법) 과정으로 노이즈를 조정하며 묵직한 질감을 표현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펼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저는 과거로 돌아간 관찰자 시점으로서 현장 상황과 인물을 영상으로 담는데 몰두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심한 영상이 박 이사의 후반 색보정을 거쳐 영화의 주제, 인물의 감정, 사건의 배경까지 일체감 있게 완성됐다”며 “의도했던 구도와 시점이 한층 더 부각돼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객의 감정선을 흔든다…묵직한 사운드

 

음향을 디자인한 라이브톤 사운드 수퍼바이저 최태영 대표는 “총성, 포격 소리를 비롯해 차량, 군화, 무전, 확성기, 통화 등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에 특히 집중했다”며 “공간감에 신경을 쓴 것은 물론 인물간 대립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만큼 음향 믹싱이 서사를 뒷받침하도록 작은 요소마저 공을 들였다”고 언급했다. 

 

영화를 총괄한 김 감독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이 작품은 공간과 상황마다 다른 소리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최태영 대표가 사운드를 섬세하게 분리해 장면별 성격을 뚜렷하게 했다”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대사들과 음악 레벨도 완벽하게 조화시킨 라이브톤 덕분에 큰 산을 수월하게 넘었다”고 마무리 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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