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가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당당히 첫 발을 내디디자 ‘바람의 아들’도 유명세를 타는 모습이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는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씨도 참석했다. ‘빅리거’로 처음 치르는 행사다. 전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이정후는 ‘헬로 자이언츠’라며 인사를 건넨 뒤 “내 이름은 이정후다.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불렸다”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이정후는 KBO리그에 데뷔할 때부터 ‘바람의 손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의 아버지 이 전 코치가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과 함께 그라운드를 휘저었던 전설적인 선수였던 탓이다. 이 전 코치는 KBO리그에서 통산 1706경기 타율 0.297, 194홈런 730타점 1100득점 510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이종범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뗄 수 없었다. 어린 선수에겐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을 수도 있지만, 이정후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뛰어든 이정후는 꾸준히 성장해 KBO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고는 “이제 아버지의 이름을 내려놓고 나의 이름으로 야구 인생을 걸어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며 그간의 부담을 털어내기도 했다.
이에 빅리그 진출은 이정후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을 선사하게 될 전망이다. 이제 이 전 코치가 ‘이정후의 아버지’로 MLB에서 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단식에서도 이 전 코치에 관한 질문이 몇 차례 나왔다.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배운 것’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야구적으로 배운 건 없다”고 답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그는 “아버지에게는 인성, 좋은 사람으로 클 수 있는 것들을 배웠다.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배웠다”며 “더 큰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아버지보다 빠른 지에 대한 물음에는 “아버지는 정말 빠르다”면서도 “지금은 이길 수 있다. 아버지는 올드 햄스트링이 됐다. 같은 나이 대에 뛰라고 했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역 시절 아버지의 남달랐던 실력을 인정했다.
아버지의 그림자와도 같았던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은 이제 빅리그에서도 불리게 됐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는데, (나는) 태어나니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돼 있었다. 한국에서 뛸 때는 바람의 손자라는 말이 조금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하니 멋있는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현지 매체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정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뛰어난 아버지를 넘어 맹활약 중인 이정후에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주형연 기자 jhy@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