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시작은 일출때문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집 떠나면 일출을 찾는 쓸데 없는 습관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7시에 동쪽 바다를 향해 무작정 걸어나간겁니다. 아뿔싸.. 마산어시장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미리 지도도 한번 보지 않고 나간 죄값으로 일출은 만날 수 없었지만, 대신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물고기처럼 생동감 넘치는 마산어시장의 토요일 아침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제가 실수로 들어간 곳이 중매인 가게 골목이었는데요. 새벽 경매를 받아서 온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군요. 저는 이름도 잘 모르는 다양한 해산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데요. 아침부터 장 보러 나오신 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만원 만원 소리에 기웃거려보니 싱싱한 물건의 가격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도 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는..)
길 하나 건너서 어시장으로 넘어오니 이쪽엔 해산물 뿐 아니라 다양한 품목의 물건들, 그리고 식당들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장독들의 행렬을 보고 반가워서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사장님이 어느 독에 관심 있냐고 물으셔서 구경만 하는 저는 살짝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시장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국민체조 음악. 신기해서 들어보았더니 매일 아침 8시부터 30분정도 나오는 시장 내 라디오 방송이라는군요. 남자 DJ 분이 필요한 소식도 전해주고 음악도 틀어주는데, 신청곡도 받는다고 근처 상인분께서 귀뜸해주시더군요. 그 주간은 특별히 국내산 수산물 구매 금액 2만5천원마다 만원의 상품권을 주는 행사중이었습니다. 꽤 괜챦죠.
시장 한 가운데에서 아침 8시부터 문을 여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인 카페를 제외하고는 보통 10시 이후 오픈인데, 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여냐고 젊은 사장님께 물었더니, 아침부터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라며 수줍게 답해주더군요. 그 부지런한 카페 덕분에 저는 맛있는 모닝 커피를 마실 수 있어 행복한 아침의 완성이었습니다. 나오는 길에 시장 DJ님이 구수한 사투리로 말하는 멘트가 들렸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사랑해’라고 말하면 경상도 보리 문디처럼 ‘응’하지 말고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라구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관심을 표현해야 알 수 있다구요. 마산 어시장은 사람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많은 장소 같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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