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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가 위로하는 법…‘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입력 : 2023-12-04 15:21:50 수정 : 2023-12-04 15: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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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키리에의 노래’로 돌아온 일본의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이 감독판 공개로 깊은 울림을 더한다.

 

키리에의 노래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담은 영화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피해자가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키리에의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진이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이 큰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정말로 많은 생각을 했다. 재해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꽃은 핀다’라는 노래도 만들었다”며 “지난 10년 동안 피해지역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실제 재해가 일어난 그날 하루보다 그 뒤 아주 긴 시간 동안 일본을 생각하고 느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극중 초등학생이던 주인공은 자신을 구하러 온 언니와 함께 쓰나미에 휩쓸렸다. 나무에 매달려 목숨을 구했지만 언니는 재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게 쓸려간 언니 키리에의 이름을 빌려 가수가 된 동생(루카)이다. 말 대신 노래로 표현하는 캐릭터다.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말을 잃은 소녀가 오사카를 헤매는 이미지가 단편적으로 떠올랐다”면서 “제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이렇게 많은 리뷰를 받은 게 있나 싶은 정도다. 영화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음 날에도 울고 있다는 내용이 많았다. ‘내가 그렇게까지 여운이 남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내 감수성이 옅어진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니 영화를 보고 우는 일은 없어지더라. 그런 관객들의 순수한 감수성이 부러웠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1999년 개봉한 ‘러브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을 한국에 알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4월 이야기’(1998), ‘하나와 앨리스’(2004),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 등 수 많은 명작을 통해 국내팬들의 사랑을 받는 일본 감독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러브레터는 나와 한국 팬을 이어준 첫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도 기적 같은 영화다”라며 “또 러브레터를 개봉할 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세대가 키리에의 노래를 봤다고 하니 묘한 감정이 들더라. 내가 흡혈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게 아닐까 상상하기도 하고,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에 뚝 떨어진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그건 아마 여러분이 계속해서 제 영화를 봐주시면서 이어온 인연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영화는 119분 편집본으로 지난달 1일 개봉해 호평을 얻었다. 이에 24일 ‘키리에의 노래: 디렉터스 컷’ 공개를 확정하고 178분 길이의 새로운 버전을 내놨다.

 

감독은 “(디렉터스 컷은) 2시간의 영화에 1시간의 공연이 더해진 영화”라고 밝혔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 속 키리에의 공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키리에 역을 연기한 아이나 디 엔드는 실제 가수로 활동중이다. 자신의 자작곡은 물론 2019년 발매 이후 일본은 물론 국내 J-팝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아이묭의 ‘마리골드’, 한국 음원차트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한 유우리의 ‘드라이플라워’, 70~80년대 전설적인 J-록밴드인 오프코스의 ‘사요나라' 등 커버곡들이 극장을 채운다.

 

데뷔 30주년이 지났지만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창작은 높은 허들이 아니다. 내가 변함없이 일하는 것이 이 업계에 입문하는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것에 자극받는다. 이 영화에 나오는 젊은 배우, 재능 있는 신인들에게 자극받고 있다”면서 “만화계에서는 20대 작가에게 자극을 받고, 한국에서는 방탄소년단을 보며 자극받는다. 청년들이 제대로 된 형태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젊은 예술가의 등을 보면서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면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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