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만 명 방문…45%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김치를 만들어볼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귀국해서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만든 것 같은 맛은 기대하기 어렵겠죠?”
K-푸드의 근본, 한국의 자부심 ‘김치’. 김치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을 한번에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間)’이다.
이는 국내 최초의 김치박물관으로 1986년 중구 필동에 문을 열었다. 38년의 역사를 가진 박물관은 2015년 인사동으로 새 둥지를 틀고 뮤지엄김치간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미국 CNN은 이곳을 ‘세계 11대 음식박물관’ 중 하나로 꼽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2017년에는 엘르데코(ELLE DECOR) 미국이 ‘세계 최고의 음식박물관 12곳’으로 소개했다. 이곳에는 연간 약 4만 명의 내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최근 뮤지엄김치간을 찾았다. 이날 현장에는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 학생 25명이 외국인 김치학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모여 있었다. 모두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보니 김치에도 거부감이 없다.
학생들이 앉아 있는 책상 앞에는 각종 양념 재료와 절인 배추가 기다리고 있다. 체험실에서 VCR 화면에 김치에 대한 소개와 역사를 들은 뒤 소매를 걷고 본격적인 김치 담그기를 배웠다. 강사의 소개로 단계별로 꼼꼼히 진행된다. 특히 맛있는 김치의 핵심 ‘양념소’는 뮤지엄 측에서 미리 만들어 제공했다. 절인 배추에 들어가는 양념소는 하루이틀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 외국인 학생들에게 매운 맛이 익숙하지 않을까봐 토마토를 넣어 맵기를 조절하는 배려가 눈에 띄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가령 설탕 대신 매실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식이다. 뮤지엄김치간의 강사는 매실청에는 건강한 단맛을 낼뿐 아니라 소화에 도움을 주는 효소가 많다고 설명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양념을 무치고, 잘 절여지도록 포개어 감싸 밀폐용기에 담으면 수업이 끝난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라리사 씨(21)는 호주에서 온 학생이다. 그는 “호주에서 먹던 김치와 비교했을 때 더 맵고 새콤한 편인데, 제 스타일”이라며 “신선한 김치를 직접 담가보니 재미있었다. 특히 어떻게 맛을 내야 몰랐는데 양념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 좋았다”고 소감을 발혔다.
함께 수업을 들은 바르샤 씨(23)도 인도에서부터 김치를 즐겨 찾았다. 그는 “본래 채식주의자로 인도에서는 채식 김치를 먹어본 적이 있다”며 “오늘 만든 것은 아쉽게도 새우젓 등이 들어가다보니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체험이 무척 좋았다”며 “전통적인 방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인도에도 한식당이 있어 김치를 만드는 곳도 있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진정한 김치의 맛을 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수업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제가 먹을 수 있는 비건 김치를 만드는 것도 도전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김치 만들기가 끝난 뒤 건물 4층부터 6층까지 3개 층에 마련된 뮤지엄김치간을 둘러본다. 도슨트와 함께 관람해 궁금한 점은 질문하며 문화를 배워나갔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더해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공간과 관련된 유물을 더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도 인증샷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뮤지엄김치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 2023년에는 외국인들의 방문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며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은 약 45%다. 미국, 유럽, 동남아 순으로 방문율이 높다”고 소개했다.
한편, 풀무원이 운영하는 뮤지엄김치간은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 유학생들을 위한 ‘외국인 김치학교’뿐 아니라 현재 외국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김치를 만들어보고 체험할 수 있는 ‘김치 클래스 101’ ‘잇츠 김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는 물론 2030을 대상으로 비건김치 만들기도 진행 중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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