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군단 첫 시즌, 기대한 모습 그대로다.
프로야구 LG는 올해 숙원사업인 우승을 위해 칼을 갈고 시즌을 준비했다. 자유계약(FA) 시장에서의 변화가 핵심이었다. 주축 멤버 채은성과 유강남이 떠났다. 8시즌 간 안방을 지켰던 유강남의 공백에 눈이 쏠렸다. 포수 이탈은 투타 모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한 자리더라도 느낌이 다르다.
대체자가 바로 박동원이었다. 2022시즌 도중 키움에서 KIA로 트레이드 됐던 그는 FA 시장으로 나왔고, LG의 선택을 받았다. 4년 총액 65억원짜리 계약으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가장 높은 무대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증명한다.
1차전을 내주고 맞이한 2차전부터 꿈틀댔다.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썼다. 그중 하나는 짜릿한 8회말 역전 결승 투런포였다. 그 한방으로 LG는 5-4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3차전도 그랬다. 3-4로 뒤지던 6회 손동현에게 투런포를 뽑아 리드를 뒤바꿨다.
장기인 파워로 시리즈 분위기를 뒤바꿨다. 3경기 연속 홈런으로 KS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에 오른 오지환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힐 정도다. 그는 “지금 제가 볼을 안 치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 나오는 중”이라며 좋은 선구안이 지금의 타격감을 만들고 있다 설명했다.
타율 0.272(254타수 69안타) 15홈런 52타점으로 불타올랐던 전반기와 흡사하다. 공을 잘 고르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몀 결과를 얻었다. 그는 “그래도 전반기가 더 좋았다. 사실 그런 생각 할 시간도 없다. 너무 중요한 경기라, 치는 것보다도 수비에 더 집중해야 한다. 비교할 겨를이 없다”고 짚었다.
선발이 약하고 불펜이 강하다 보니 시시각각 다른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더 바쁘다. 그는 “특별히 더 많이 준비하는 건 아니다. 시즌 때와 같이 각 타자 잘 치는 거, 못 치는 걸 구분한다. 초구 반응도 살피고, 2S 후 어느 공에 삼진 많이 당했는지 등등 시즌에 해오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들이 힘이 좋고 잘 막아주고 있다. 2차전처럼 완벽하게 무실점하면 좋겠지만, 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잘 해낼 거라고 믿고 있다”고 동료들에게 힘을 싣는 것도 잊지 않았다.
MVP를 향한 욕심도 없지 않다. LG 초대 구단주 故 구본무 회장이 1998년에 구입해 둔 ‘명품’ 롤렉스 시계가 부상으로 따라붙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머릿속엔 개인 입상보다 전제조건인 팀 우승뿐이다. 그는 “결국 우승을 해야 롤렉스도 오는 거다. 아무리 강력한 후보여도 우승 못 하면 못 받는 거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치있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홈런) 더 치면 시계는 더 가까워지지 않겠나. 물론 일단 이기는 걸로”라며 밝게 웃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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