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3루수가 떠난다.
프로야구 NC의 박석민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NC는 “박석민이 이달 초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며 “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어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지만,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리그를 대표했던 3루수다. 경복중-대구고를 거쳐 2004년 삼성 1차 지명된 후, 20년 동안 KBO리그를 누볐다. 올해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로 인한 노쇠화, 발목을 잡은 부상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다. 통산 1697경기 타율 0.287(5363타수 1537안타) 269홈런, 1041타점 등을 남기고 작별 인사를 건넨다.
2004시즌 대수비, 백업 요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팀의 ‘V3’를 함께한 2005시즌을 마치고 이르게 상무서 군 문제를 해결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인 사자 군단의 3루수로 정착했다. 최형우, 채태인 등과 함께 팀의 핵심 멤버로 거듭났다.
팀의 4연속 통합우승(2011~2014년) 꽃길도 그를 반겼다. 개인적으로도 4년 연속(2012∼2015년) 3할 타율을 올리는 등 전성기를 맞이하며 재능을 만개시켰다. 2014년과 2015년에는 3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쥐는 기쁨을 맛봤다.
2016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자유계약(FA) 자격을 행사해 NC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최고액인 4년 최대 96억원에 사인했다. 첫 시즌에 ‘3할-30홈런-100타점’을 써내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부상에 허덕여야 했다.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슬럼프가 계속됐다. 2019시즌 후 맺은 2번째 FA 계약 규모도 2+1년, 3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2020년 반등에 성공했다. 나성범, 애런 알테어, 양의지와 함께 타선에 무게감을 더하며 팀의 첫 통합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뿜어낸 빛이었다. 2021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명예 회복을 다짐하며 열정을 불살랐으나 부상과 부진을 이겨낼 힘이 부족했다. 지난 7월 발가락 염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후, 다시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올 시즌 30경기 타율 0.193(88타수 17안타)에 그쳤다. 당연히 팀의 가을야구 엔트리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쉬운 말년 성적표를 남기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박석민은 “20년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NC와 삼성 팬 여러분, 야구선수 박석민을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 18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 박석민’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지만, ‘사람 박석민’으로 존중받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가을야구를 진행하고 있는 팀 사정을 고려해 은퇴식 등 향후 계획은 추후 논의해 결정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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