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제’의 쇼타임이 벌어진 9일이었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1·삼성생명)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3위)에 2-1(21-18 17-21 21-8)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벽’ 그 자체였던 항저우의 9일
안세영은 이번 대회 기간 9일 동안 총 8경기를 펼쳤다. 8승 무패라는 무시무시한 연승 행진을 펼쳤다. 16개의 세트를 승리로 장식하는 동안, 단 2개의 세트만 잃었다. 태국과의 여자 단체전 4강전 단식1경기 2세트를 초추웡 폰파위에게, 그리고 이날의 2세트를 천위페이에게 잃었을 뿐이다.
아무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토너먼트 초반 만난 상대들은 이기는 게 당연했다 해도, ‘숙명의 라이벌’ 천위페이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었다. 대회 전 상대전적도 6승10패로 열세다. 직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안세영을 한 경기 만에 퇴장 시킨 장본인도 천위페이였다.
그때의 안세영이 아니었다. ‘도전자’였던 그는 이제 정상에서 도전을 받아주는 위치가 됐다. 천위페이와의 상성도 뒤집어졌다. 올해로 범위를 좁히면 상대전적은 7승2패가 된다. 이날 단식 결승을 포함해 지난 여자 단체전 결승까지 총 2번 천위페이를 모두 이겼다. 천위페이의 고향, 항저우에서 쏟아진 일방적인 응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1세트 후반부에 찾아온 불청객, 부상 악령까지 이겨내는 모습은 왜 그가 ‘세계 최강’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통증이 찾아왔던 순간 그는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어했다. 브레이크마다, 코트를 바꿀 때마다 응급처치를 하고 테이핑을 새로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말 그대로 투혼을 불살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갔고, 기어코 숙적을 꺾어냈다. 3세트 점수 차가 무려 13점이 났다. 아픈 선수가 만든 격차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모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감동적이고 완벽했던 그의 항저우 나들이었다.
◆천재에서 여제로… ‘누가 막을쏘냐’
2017년 12월, 광주체중 3학년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에 7전 전승을 거둬 태극마크를 따냈다. 그 최연소 국가대표의 주인공이 바로 안세영이었다. ‘셔틀콕 천재’라는 별명과 함께 안세영의 무서운 성장이 시작됐다.
올해 전성기를 맞았다. 출전한 12번의 국제대회 중 무려 11번 결승에 진출했다. 8번의 우승, 3번의 준우승이 뒤따랐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대회(6월 인도네시아 오픈) 성적도 3위였다. 나가기만 하면 우승권에 들어갔다.
엄청난 족적이 뒤따랐다. ‘전설’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전영오픈 제패, 세계랭킹 1위 등극을 이뤄냈다. 8월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 단식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안세영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 방점을 이번 아시안게임 단식 우승으로 찍었다. 한국 여자 단식 29년 만의 금메달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리스트였던 1994 히로시마 대회의 방수현의 뒤를 이었다. 완벽한 ‘셔틀콕 여제’ 대관식이었다.
이제 그의 눈은 2024 파리 올림픽으로 향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제패할 일만 남았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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