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봤다.
어린 시절 ‘마린보이’ 박태환의 레이스를 보며 꿈을 키웠다. 중장거리 유형인만큼 후계자로 자주 언급됐다. 2023년 마침내 우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우민(22·강원특별자치도청)이 금빛 물살을 갈랐다.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 자유형 1500m서 15분01초07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중국의 페이리웨이(14분55초47)에 이어 두 번째였다. 동메달은 다케다 쇼고(일본·15분03초29)가 차지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수영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한 것은 5학년 때부터다. 201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굵직한 대회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다. 그해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데 이어 2021년 도쿄하계올림픽에도 출격했다. 타고난 강심장이다. 좀처럼 긴장하는 법이 없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에도 그 순간 자체를 즐기려 노력한다. 경기 전 가볍게 손뼉을 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생애 첫 AG 무대.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동료들과 함께 계영 800m 금메달을 합작하며 포효했다. 자신감을 챙기고 개인전에 돌입했다. 경계심을 늦출 순 없었다. 1500m의 경우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았다. 페이리웨이는 자타공인 아시아 수영 장거리 강자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김우민은 경기 초반 400m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450m 구간에서 선두 자리를 내줬다. 체력적으로 지친 듯 1200m 구간에서부터 페이스가 처졌다.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의미 있는 장면이다. 한국 선수가 AG 남자 1500m 메달을 딴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박태환 이후 13년 만이다. 기록 측면에서도 성과가 분명하다.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서 기록한 개인 최고 기록(15분02초96)을 1초 이상 당겼다. 심지어 주 종목은 아직 시동도 걸지 않았다. 남자 자유형 400m, 800m가 남아있다.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역대 AG 수영서 단일 대회 3관왕을 작성한 것은 최윤희(1982년 뉴델리)와 박태환(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뿐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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