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입사 동기이자 라이벌이 내 상사가 된다면? 배우 엄지원이 일과 성공에만 매진하는 지독한 워커홀릭 상사로 분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불혹의 나이에 7년 공백을 깨고 마켓하우스의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의 고군분투 재취업기를 그린 작품. 엄지원은 고해란의 상사이자 비주얼·스펙·매력을 두루 갖춘 40대 골드미스 최지원 역을 맡았다. 최지원은 과거에 입은 상처들로 결혼·연애 등 사생활을 포기하고 일 밖에 모르는 차가운 사회인이 된 인물이다.
엄지원은 “저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프리랜서”라며 “실장, 부장, 대리 등 직함의 개념도 없는 무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보시는 시청자 분들이 저를 보고 ‘저거 너무 연기다’ 싶은 장면이 없도록 진짜 직장인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제 주변엔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정말 귀하다. 저같은 프리랜서들이 많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대화를 많이 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한다.
마켓하우스의 실세이자, 기획실장인 최지원은 워킹맘들의 퇴사를 바라고 있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잠재적인 골칫덩이의 싹을 잘라버릴 심산이었다. 그래서 고해라에게 “워킹맘들이 퇴사할 수 있도록 유도해달라. 과장 자리를 되찾게 해주겠다”라는 잔혹한 미션을 안긴다.
엄지원은 “최지원을 악역으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 캐릭터를 잡을 때 감독님께 ‘악역으로 표현할까요?’라고 물어봤다. 마이웨이로 가는 캐릭터인지, 불합리한 지시에 동의를 하지 않지만 따르는 사람인지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동의하지 않아도 성공을 위해 참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더라. 그래서 극 중 최지원 상사, 빌런들이 오더를 줬을 때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기꺼이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걸 표현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대사들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는 그다. 엄지원은 “대본을 보면서 ‘요즘 세상에 이런 말을 한다고요?’라면서 깜짝 놀란 것들이 있다. 최지원이 고해라에게 ‘생각같은 거 하지말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해’ 이런 대사가 있었다”라며 “너무 센 대사가 아닌가 싶더라. 이런 일차원적인 말을 한다니. 그런데 드라마 서사를 따라가다보니 최지원이라면 할 수 있는 말이겠더라. 자연스럽게 나왔다”면서 웃는다.
최지원도 처음부터 이렇게 일과 성공에만 집착하는 지독한 워커홀릭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사려 깊게 팀원들의 사정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착한 팀장이었다. 그러나 끌어안고 가려던 후배의 배신, 가족의 문제 등이 겹쳐 철저하게 ‘내 이익만을 위해 사는 최지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밉지만은 않다. 냉철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미움을 유발하다가도 내면의 감정에 애틋함과 공감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 해석으로 골드미스들의 응원을 받는 캐릭터로 떠오른 것.
실제 시청자 반응을 살펴봐도 ‘엄지원의 최지원’을 진심으로 이해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시청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엄지원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보니 본인이 마음을 주고, 의지할 곳이 없는 인물이다. 회사의 성공만이 자신의 자존감을 확인하는 창구가 된 거다”라며 “그런 지원이가 안쓰러우면서 공감이 되더라. 일에 집중하다 보면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 있고 일과 나만 남아 있을 때가 있다. 에너지는 남았는데 만날 사람이 없고 공허한 상황도 있었다. 그럴 때 지원이처럼 혼자 술을 마시기도 한다. 지원이도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나. 사회에서 업무를 잘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노력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아서 잘 표현해보려 했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매주 금요일 티빙에서 공개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 밤 tvN에서도 방송되고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 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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