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Do you know? 지난 2020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e스포츠 담당 기자인 타일러 에즈버거는 ‘한국의 4대 엘리트’에 대해 언급했다. 봉준호 감독, 손흥민, BTS(방탄소년단), 그리고 페이커(27·본명 이상혁·T1)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에서도 세 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간이 흘렀지만 페이커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많은 도전을 완성했다. 대다수의 프로게이머가 20대 중반에 은퇴하는 것과는 다른 그림이다. 멈추지 않는다. 시선은 이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으로 향한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 e스포츠의 ‘신’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다. 5명이 한 팀이 돼 상대 기지를 파괴하면 승리한다. 포지션은 탑, 정글, 미드, 바텀, 서포터가 있다. 미드 라이너인 페이커는 위기에 처한 팀원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2013년 ‘SKT T1’ 소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데뷔전서 미드 니달리를 선택, ‘엠비션’ 강찬용을 솔로 킬하며 주목받았다. 무섭게 질주했다. 뛰어난 전략과 감탄을 부르는 컨트롤로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켰다.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신’이라 불릴 만했다. 2015년이 대표적이다. 14연승(17승1패)을 달렸다. 특히 롤드컵 결승에서 쿠 타이거즈를 제압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당시 페이커의 시그니처 픽이었던 라이즈는 경기 주도권을 유지하며 빠르게 대장군으로 성장, 무자비한 공격을 펼쳤다. 더 인상적인 대목은 꾸준함이다. 2022년 페이커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뛰어넘었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서 정규시즌 18전 전승을 거둔 것.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위기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터.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2018년엔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게임 도중 크고 작은 실수들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주저앉지 않았다. 스포츠 심리학 상담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며 돌파구를 찾았다.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일 연구와 훈련을 거듭하며 더 나은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애썼다.
◆ 새로운 역사
페이커가 가는 길이 곧 역사다. 수많은 수식어가 이를 대변한다. 메이저 국제대회서 통산 100승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자 모든 메이저 국제대회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최초의 선수다.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하나의 유니폼만을 고수하고 있다. 연봉 추정치만 70억 원 이상이다. 한국 프로선수 가운데 가장 높다. 여전히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한다. 지난 7월 손목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팀 성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물론 시청 수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다음 목표는 아시안게임(AG) 제패다. 5년 전 시범 종목이었던 e스포츠가 이번 항저우 AG서 정식종목이 됐다.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단 페이커는 초대 챔피언 자리를 노린다. 지난 눈물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에서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전승을 달리고도 결승서 중국에 패했다(1-3). 바텀 라인이 무너지는 등 내용도 쓰라렸다. 페이커는 지난달 30일 열린 SK그룹 국가대표 출정식서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쉽진 않다. 중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심지어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갔다. 일방적인 홈 팬들의 응원이 예상되는 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페이커가 있기에 한국은 자신감이 넘친다. 페이커는 “중국은 롤에서 한국과 같은 위치에 있는 강국”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변수보다는 우리의 경기력에 신경 쓰겠다. 훈련에 집중해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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