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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세계의 운명을 걱정한 오펜하이머, 고뇌가 ‘울화병’ 부른다

입력 : 2023-08-30 10:40:14 수정 : 2023-08-30 10: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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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는 명언을 남긴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가 전 세계의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개봉하는 작품마다 큰 화제를 일으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인 만큼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인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비에 진행됐던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은 학계에서 인정받던 오펜하이머를 영입해 프로젝트의 연구소장직을 제안했고 그는 연구팀에 함께할 저명한 학자들을 섭외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 간다.

 

이들은 미국 뉴멕시코주 산중에 있는 로스앨러모스에 자리를 잡고 동고동락하며 연구에 몰두한다. 동료들과의 의견 충돌, 가족 간의 불화, 정부와의 갈등 등 수많은 장애물이 오펜하이머의 앞길을 막아서지만 그는 묵묵히 팀을 리드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 낸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돼 수만 명을 사망케 하자 자책감과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산주의자 혐의까지 받아 연구 권한을 상실하는 등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세상을 영원히 바꾸다’라는 부제처럼 원자폭탄은 세상을 지킬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됐다. 영화의 후반부는 이를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깊은 고뇌와 고민을 그려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료와 가족들에게조차 위로받지 못한 채 홀로 모든 비난을 짊어지며 ‘순교자’라 불렸던 그의 모습이었다.

 

고뇌가 깊어질수록 스트레스가 누적돼 건강에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오펜하이머의 경우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다는 부담감을 혼자 감당하기 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와 억울함이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이같은 스트레스가 마음 한켠에 계속 쌓이게 되면 ‘울화(鬱火)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 울화란 분함, 억울함 등 억압된 감정을 뜻하는 ‘화(火)’가 쌓여 발생하는 증상이다. 피로감, 무기력을 비롯한 불면, 공황, 우울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 오펜하이머도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시절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및 신경쇠약으로 크게 고생한 적이 있다.

 

한의학은 울화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침·약침치료 및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를 진행한다. 침·약침치료는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되도록 도와주며 전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여기에 우황청심원과 같은 한약처방을 병행하면 신경 안정과 불안 완화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황청심원은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되는 호르몬을 크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펜하이머와 같은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울화병은 결코 드문 증상이 아니다. 울화병에는 여러 치료 방법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꾸준히 운동하며 알코올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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