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가 최근 요리사의 꿈을 포기해야 할 뻔했던 순간으로 ‘후각 상실’을 겪은 것을 꼽았다. 그는 IHQ 예능 ‘미친 원정대’에 출연해 스물여섯에 축농증 수술을 받은 후 후각을 잃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이연복 셰프는 “코 수술을 받은 이후로 냄새를 맡지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거라고 믿었는데 2~3개월 지나도 후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50세가까지 될 때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실을 숨겼다”고 고백했다.
음식 맛을 느낄 때 후각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미각은 10%에 불과한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대가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피땀을 흘렸을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이연복 셰프를 힘들게 한 축농증, 어떤 질환일까. 수술은 되도록 피해야 할까. 29일, 민진영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부터 자세히 들었다.
-축농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축농증은 ‘비부비동염’과 동일한 질환이다. 부비동은 두개골 내부의 공간이다. 부비동 점막의 염증성 질환을 가리켜 부비동염이라고 한다. 부비동염과 비염은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 ‘비부비동염’이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주증상으로는 코막힘, 누런 콧물 또는 후비루(목뒤로 콧물이 넘어가는 증상), 후각 저하, 안면부 통증 혹은 압박감 등이 있다.”
-축농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축농증은 이환 기간에 따라 급성, 만성으로 분류되며, 상황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12주 이내인 급성 비부비동염라면 적절한 시기에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성 비부비동염이라면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급성 비부비동염이라도 안와합병증, 두개내 합병증 등의 합병증이 동반됐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비동내시경 수술이 보편화된 만큼 안전하고 좋은 치료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축농증 수술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부비동내시경수술은 병든 점막을 제거하고 부비동이 환기‧배농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과적으로 축농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코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좁은 콧속으로 내시경과 기구를 이용해 시행되는 만큼 집도의의 정교함을 요하는 수술이다.”
-축농증 수술 후 회복과정은.
“심각하지 않은 정도의 출혈, 통증, 불편감이 회복과정 중 일시적으로 동반된다. 회복 이후 불편했던 점이 크게 개선된다.”
-수술받기에 앞서 부작용 등을 걱정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 환자 코의 해부학적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보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 시스템 등이 발전했다. 이를 토대로 부비동내시경 수술이 보편화돼 있어서 안전하고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축농증 수술은 대부분 콧속으로 진행돼 절개나 흉터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내시경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섬세한 기구들이 많이 개발돼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물론 의료기기가 발전했더라도 의사의 섬세함이 중요하다. 코 주변에는 눈, 뇌와 같은 중요한 구조물들이 인접해 있다. 자칫 안와혈종, 사시‧복시, 실명, 뇌척수액비루 등의 심각한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무분별한 수술은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축농증 자체로 후각을 잃을 수 있나.
“후각저하는 비부비동염이 있을 때 겪을 수 있는 주증상 중 하나다. 코 점막의 특정 부위에는 후각 신경이 분포하고, 냄새 입자가 공기 중에서 코안으로 이동해 후각신경에 닿아서 후각을 느끼게 된다.
후각저하 또는 상실은 대체로 복합적인 이유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비부비동염에서 물혹이 동반된 경우 후각신경이 분포하는 점막의 부종 등으로 냄새 입자가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 후각신경 주변 점막 자체의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생긴 후각 신경 손상으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장애’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축농증 환자를 위해 조언한다면.
“약물치료 혹은 수술적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축농증 치료는 코의 점막을 완전히 제거하는 개념이 아니고 ‘병든 점막’을 제거‧치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치료 후에도 다시 비부비동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치료가 됐다고 해서 ‘완치됐다’고 표현할 수 없는 질환이다. 치료를 받은 후에도 비강세척 등의 꾸준한 자가관리를 병행하시는 게 권고된다. 특히 증상이 다시 악화됐다면 방치하지 말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조기에 치료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민진영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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