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김종국(49) 감독은 지난 6월 불펜 계투조의 과부하를 우려했다. 당시 외국인 선수 션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해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두 개나 생긴 시점이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불펜 투수들이 예상보다 많이 등판해야 하는 악순환이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필두로 한 타선이 점수를 내면서 승패마진을 벌어도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의 우려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위기로 바뀌었다. 필승 계투조 장현식이 먼저 이탈했다. 지난해 홀드왕(34개)을 차지했던 장현식은 지난달 29일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말소됐다. 전반기에도 같은 부위에 불편함을 느껴 이탈했었다. 단기간 복귀하는 일도, 똑같은 구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셋업맨 전상현도 팔꿈치 부상으로 빠졌다. 재검진 예정일도 3~4주일 후다. 김종국 감독이 승승장구하던 6월부터 가장 걱정했던 상황이다. KIA의 경기 후반부가 이전보다 훨씬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머릿속이 복잡한데 정해영(21)마저 흔들린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서 하주석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3점 차 리드를 내준 뒤 타선의 힘으로 동점을 만든 시점이었다. 고영창과 이준영이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고 정해영에게 오롯이 9회만 맡겼는데 첫 타자에게 바로 실점을 내줬다. 정해영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고, KIA 선수단은 아쉬운 듯 그라운드에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정해영은 올 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2일 기준 24세이브를 챙겼고, LG 고우석(27세이브)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블론세이브 역시 2차례가 전부다. 최근 클로저들이 연쇄 블론세이브를 범할 때 일부 감독들이 최고 마무리 투수로 정해영을 꼽기도 했다. 9회에 마운드에 오르면 가장 위압감이 큰 투수인 반면 정해영이 흔들리면 KIA의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단 KIA는 장현식과 전상현이 빠진 자리를 사이드암 박준표와 최근 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한 한승혁으로 채울 예정이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준영과 2군서 컨디션을 조절한 윤중현도 상황에 따라 등판할 수 있다. 다만 올 시즌 페이스를 놓고 보면 결국 필승조는 정해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앞선에서는 정해영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고, 정해영은 리드를 지켜내야만 한다. KIA가 지금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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