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았다. 지난 9일 홈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 시리즈전적 2승1패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파이널 세트 듀스 접전 끝에 거둔 성과라 더욱 뜻깊었다. 대한항공은 2017~2018시즌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처음으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바 있다. 2020~2021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데 이어 이번에도 최종승자가 됐다.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삼성화재(2011~2012, 2012~2013, 2013~2014, 3시즌 연속)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 젊은 수장이 칠한 스피드, 적중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은 새 기장을 선임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다. 부상으로 조기에 선수생활을 마친 틸리카이넨 감독은 2010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폴란드 리그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4년간 아시아 배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틸리카이넨 감독은 1987년생이다. 몇몇 베테랑 선수보다도 나이가 어렸다.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뒤따랐다.
결과로 증명해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팀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주전선수뿐 아니라 백업 선수들까지도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다양한 카드를 조합했다. 무엇보다 스피드라는 팀 컬러를 확실히 새겼다. 외인 중심의 단순한 공격에서 벗어나 모든 선수들이 한 걸음 더 움직여 상대를 압박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속도가 오르면서 범실도 늘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력이 탄탄해졌고 자신감이 붙었다.
◆ 시작은 미약했어도, 그 끝은 창대했다
사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2승4패(6위)에 그쳤다. 레프트 정지석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정지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데이트 폭력 및 불법 촬영 혐의와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구단 내부적으로 2라운드까지 출전하지 못하는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한 팀으로 똘똘 뭉쳐 이겨냈다. 외인 라이트 링컨 윌리엄스와 더불어 레프트 곽승석, 라이트 임동혁 등이 좌우, 전후를 가리지 않고 상대 코트를 맹폭했다. 김규민, 진지위, 진성태 등 센터진도 필요할 때마다 제 몫을 해줬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 유광우의 안정적인 토스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렸고 정지석의 복귀 후 제대로 폭발했다. 6라운드 1경기를 남기고 리그 1위를 확정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 강팀으로서 면모를 뽐냈다.
사진=KOVO 제공/ 대한항공이 통합우승을 확정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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