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선수간 대립, 연맹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팀 이탈로 물의를 빚은 세터 조송화(28·IBK기업은행)에 대한 징계를 보류했다. KOVO는 1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국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조송화의 ‘성실의무 위반’ 등에 관해 논의했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징계 보류 결정을 내렸다. 팽팽하게 맞선 두 주장의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KOVO는 “당사자들의 소명이 상당히 엇갈렸다”면서 “수사권이 없는 상벌위가 사실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였던 조송화는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이후 팀을 떠났다. 구단 설득으로 돌아왔으나 16일 페퍼저축은행전을 마친 뒤 다시 짐을 꾸려 나갔다. 이는 최근 배구계를 강타한 IBK기업은행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이로 인해 서남원 전 감독과 윤재섭 단장이 경질됐고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물러나는 등 숱한 내홍을 겪었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임의해지 시키려 했으나 서류 미비로 반려됐다. 선수로부터 동의서를 받지 못했다.
핵심사안 중 하나는 조송화가 무단이탈을 했느냐는 점이다. 이날 직접 상벌위에 출석한 조송화는 합당한 절차를 밟아 나갔다고 주장했다. 조송화의 대리인 조인선 법무법인 YK 조인선 변호사는 당시 조송화가 부상 중이었으며 관리 차원에서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구단, 감독에게도 해당 내용을 알렸다고. 조송화 측은 구단 관계자가 지난 18일 ‘조송화는 무단이탈이 아니고 단지 선수가 몸이 아프다고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번 일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종목별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이후 처음 벌어진 분쟁이다. 과거엔 구단이 징계성 임의탈퇴로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선수의 ‘서면’에 의한 자발적 신청을 전제로 임의해지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조송화는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의지를 분명히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OVO가 사실상 중재를 포기하면서 결국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민감한 문제들이 엮인 만큼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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