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그룹 AOA 출신 배우 권민아와 AOA 리더 지민의 폭로전이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다. 마무리조차 아름답지 못했다. 사과를 요구했던 권민아는 지민의 사과글조차 거짓됐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지민은 결국 팀 탈퇴를 알렸지만 뒤늦게 ‘팀 탈퇴’만을 공지한 FNC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지난 3일 배우 권민아가 그룹 활동 당시 지속적으로 이어진 AOA 지민의 괴롭힘을 폭로했다.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진까지 공개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SNS 상의 폭로전이 오갔다.
격앙된 감정으로 고통을 호소하던 권민아의 원망의 화살이 지민을 향했고, 지민은 “소설”이라는 글을 게재하고 몇 분 후 삭제했다. 이를 본 권민아는 “소설이라고 해봐 언니 천벌 받아”라며 “증인이 있고 증거가 있어 미안하지만 양쪽 말 들을 게 없어. 내가 잘못한 게 없거든”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소설이라기엔 너무 무서운 소설이다. 흉터 치료만 3∼4번 했다”라며 극단적 선택의 상처를 공개해 충격을 안기기도. “내가 언니 때문에 망가진 게 너무 억울하고 아프다. 내가 바라는 건 내 앞에 와서 잘 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그거면 될 것 같다. 나 괴롭힌 언니는 너무 잘 지내고 있지 않나. 난 매일 눈 뜨는 게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권민아는 장문의 글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냈다. “10년 동안 더한 행동이 많다. 하지만 난 언니 덕분에 잃을 것도 두려운 것도 없다”, “언니라는 존재가 스트레스였지만 그게 일상이 되어 정신병만 남았다”라고 털어놨고, “내 유서에는 항상 언니 이름이 있었지”라는 말도 했다. 권민아는 “나중에 읽으면 죄책감이라도 느끼려나 싶었다. 스트레스로, 발작으로 자꾸 쓰러지고 자살시도 해서 쓰러졌다…(중략) 끝에 언니 때문에 수면제 200알 가까이 먹었다. 내가 살기 싫은 이유는 언니 단 한 명이다. 날 싫어한 이유라도 알려 달라. 내 심정 그대로 언니가 단 하루만 느껴봤으면 좋겠다”라고 썼다.
AOA는 2012년 싱글 앨범 ‘엔젤스 스토리(Angels' Story)’로 데뷔했다. 8인의 멤버로 데뷔한 AOA는 이후 2016년 10월 멤버 유경, 2017년 6월 초아, 2019년 5월 민아, 2020년 7월 리더 지민까지 탈퇴하게 됐다. 이제 남은 멤버는 4명이다. 연습생부터 데뷔, 활동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멤버들에게도 분명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떠들썩한 탈퇴가 비단 멤버들 간의 문제는 아니다.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었던 수많은 팬의 추억도 와장창 부서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AOA의 ‘탈퇴 역사’를 보면 향후 남은 멤버들의 원만한 팀 활동 여부도 미지수다.
그 원인엔 FNC엔터테인먼트의 방관과 무능도 있다. 권민아의 글에는 전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원망도 있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21살 때부터 몰래 약을 먹고 고통을 참아왔던’ 그의 호소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다. ‘난 누구를 잡고 이야기 해야하나’라는 그의 답답한 심경이 안타깝기만 하다. 앨범 발매, 방송 출연, 스케줄 조정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소속사는 아니다. FNC엔터테인먼트는 4일 늦은 밤 “지민은 이 시간 이후 AOA를 탈퇴하고 일체의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고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두루뭉술한 입장문을 내놨다.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폭로전에도 침묵만을 지키다가 발표한 알맹이 없는 입장문이었다.
반면, 현재 권민아가 소속되어 있는 우리액터스는 “첫째도 둘째도 배우의 심적인 안정과 안전이 최우선이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전 소속사에서 불거진 상황이기에 조심스러웠다며 “회사와 권민아 배우는 심리적인 치료를 병행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악성루머와 비방으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두 소속사의 입장문에 분명 온도차가 느껴졌다.
두 사람의 입장차도 FNC의 무책임을 짐작케 한다. 4일 권민아는 SNS에 “지민 언니가 화가 난 상태로 들어와 어이가 없었다. 이게 사과 하러 온 사람의 표정이냐고 물었다”, “실랑이 하다가 언니가 칼 어딨냐고, 자기가 죽으면 되냐고 하더라”라고 ‘사과’를 위한 지민의 방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에게 한 만행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권민아는 ‘어쨌든 미안해’라는 말을 들었고, 11년의 고통이 하루만에 풀릴 수는 없지만 “내 감정을 스스로 참지못해 죄송하다”라고 고개숙였다.
그러나 4일 지민이 “울다가 빌다가 다시 울다가. 그럼에도 그동안 민아가 쌓아온 나에 대한 감정을 쉽게 해소할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팀을 이끌기에 많이 모자랐던 리더인 것 같다”라는 사과문을 올린 후 권민아는 다시 한 번 분노했다. “빌었다”는 사과문조차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폭로를 시작하며 권민아는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어쨌든’ 사과는 받았다. 그러나 지민의 사과문에는 권민아를 향한 사과는 없었다. 직접 보고 사과를 받은 권민아조차 “끝까지 사과하기 싫고 나 싫어하는 건 알겠다. 들어올 때 그 눈빛 절대 안 잊겠다”는 말을 했다. 결국 사과를 받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권민아의 안타까운 상황만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AOA는 FNC엔터테인먼트의 소속하에 합숙하고 활동했던 가수였다. 이들의 갈등 봉합을 위한 소속사의 최선의 행동이 ‘어쨌든’ 사과를 하고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 짓는 것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FNC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매니지먼트(Management)’란에는 ‘FNC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최고의 스타 양성’이라는 소개글이 있다. “잠재력 있는 뮤지션, 배우 희망자를 발굴하여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스타 아티스트로 성장 시키고자 한다. 스타 지망생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이들을 자체 사업에서 계획된 작품에 캐스팅하면서 안정적으로 데뷔 시키며 국내 및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시장까지 겨냥한 실력있는 스타를 육성할 계획이다.” 체계적인 교육과 최고의 스타 양성. 과연 FNC는 자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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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뉴시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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