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스타★톡톡] ‘사랑의 불시착’ 김정현 “낭만 넘쳐 낭만사, 애드립으로 탄생했죠”

입력 : 2020-02-24 12:10:00 수정 : 2020-02-24 18:22:1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김정현이 ‘사랑의 불시착’으로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윤세리를 지키기 위해 서울로 내려온 리정혁과 대원들의 서울 적응기가 펼쳐졌고 김정현(구승준)과 서지혜(서단)의 남남북녀(南男北女) 로맨스도 인기 견인에 큰 몫을 했다. 

그중에서도 김정현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예상치 못한 죽음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까지 장악했다. 김정현은 구승준의 죽음을 짐작이나 했을까.

 

종영 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김정현은 “처음엔 죽는지 몰랐다. 총을 맞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고 답했다. 15부까지도 ‘작가만 아는’ 결말이었다. 대본을 받고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는 그는 “(승준이가) 죽고 나니 시청자들이 애타게 찾아주시더라. 많은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뭉클한 소감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장례식 장면이 안 나왔으니 아직 살아있을 거다’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계속 회자되니 어딘가에 승준이가 (살아) 있다는 기대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백기를 거쳐 복귀작으로 ‘사랑의 불시착’을 택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고자 반성도 많이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호평은 모두 훌륭한 동료들과 감독, 작가 덕이라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꽉 채워졌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에 감사했다.

 

“처음 현장에 나가면서 두 자릿수 (시청률)만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상 두 자릿수가 넘으니까 (역대 시청률)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처음엔 기대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현빈 선배님도 ‘시청률은 주어지는 거’라고 하셨으니까요. 재밌게 만들어가면 따라오는 게 시청률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분이 시청해 주셔서 (감사해요). 17.1% 시청률을 받고 20%를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어요. 혹시 ‘도깨비’를 넘어서나 들떠있었죠. 꿈같은 시청률이었어요.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제 마음 한편에 기분 좋은 상장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사랑의 불시착’이 많은 사랑을 받은 지금, 행복감을 잘 즐기고 있어요. 사랑해주신 분들께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기분 좋은 생각뿐이죠.”

 

구승준은 영국 국적의 사업가이자 세리와 한때 결혼까지 할 뻔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세리의 오빠 세형(박형수)와의 사업 중 거액의 공금을 횡령해 수배당한 신세. 수사망을 피하다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북한’이었다. 젠틀하면서도 능청스러웠다. 세상 물정 모르게 살아온 번듯한 인상이지만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구승준 캐릭터를 마주하곤 심각한 세리와 정혁, 남북의 상황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북한 5중대에 표치수가 있었다면 남한에서 온 구승준이 말랑말랑한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모습을 50대 50으로 두고 생각한다는 김정현. 그는 “내가 하는 연기고, 나로서 시작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진짜 내 모습이 아예 배제될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인간 김정현이 구승준의 말과 행동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반반이다. 어떤 부분은 닮았고 어떤 부분은 다를 거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순간에 승준이처럼 능청맞은 모습이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구승준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패션’에 중점을 뒀다. 김정현은 “세리가 북한에 있을 때 옷을 화려하게 입을 수 있는 인물은 구승준 뿐이었다. 너무 힘을 주기보다는 톤에 맞지만 멋스러워 보이길 바랐다. ‘사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승준이가 정혁이와는 다르게 둥글둥글, 유들유들, 또 능청맞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북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도피해서 북한에 가는 구승준의 설정에 맞춰 작품을 준비했다. 공간조차 상상이 되지 않았던 터라 세트장에 가서 궁금증을 해소했다고. “오히려 알고 가는 것 보다 모른 채 가는 게 났다고 생각했다. 대본에 쓰여있는 대로 연기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비록 구승준은 죽음을 맞이했지만, 서단을 구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 대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돌진했다. 시청자들이 조금씩 키워오던 ‘구승준 앓이’에 정점을 찍은 그 장면은 방영과 동시에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에게 ‘티켓 신’의 비하인드를 물었다. 원래는 대본에는 ‘표를 찢는다’고 돼 있었다고. 입으로 찢는 건 김정현의 판단이었다.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김정현은 “고속으로 그렇게 잘, 예쁘게 찍어주실 줄 몰랐다. 내가 연기한 것보다 더 예쁘게 나온 것 같다”며 “김희원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본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현장의 직감, 호흡하는 상대방에 따라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했다. 떨고 있는 단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클레이 사격을 해봤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친 대사와 모닥불 앞에 앉아 “낭만이 넘쳐 낭만사(死) 하겠다”는 센스있는 대사도 김정현의 애드립으로 탄생했다. 김정현은 “감독님이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며 공을 돌렸다.

서단과의 키스신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원래 지문은 담백하게 ‘서단이 키스를 한다’였다고. 촬영 전 서지혜와 합을 맞춰보다가 서단이 살짝 입맞춤하면 구승준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수정됐다. 키스 경험(?)이 많지 않은 서단을 위한 조치였다. 김정현은 “리허설을 하면서 감독님이 여성 시청자들이 보면 반할만한 표정을 지어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면서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후반부 급진전을 이룬 서단과 구승준 커플을 향한 지지도 뜨거웠다. 시청자의 반응에 탄력받은 듯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도 날이 갈수록 쌓여갔다. 서지혜와 호흡에 관해 김정현은 “첫인상을 보고 차가울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호탕하고 말도 잘 붙여주시더라”고 감사를 전하며 “선배님이 편하게 해주신 덕분에 나도 내가 준비해 간 것들을 잘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이야기하며 만든 장면들을 시청자도 예쁘게 봐주셔서 케미스트리가 더 생긴 듯하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구승준을 향한 ‘섹시하다’는 반응에도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이 반응도 구승준의 성장, 그 연장선에 있다고 바라봤다. 김정현은 “그 느낌을 염두에 두고 연기한 건 아니다”라면서 “아마 마지막 주 방송에서 승준이가 처한 상황과 선택이 그렇게 비춰진 것 같다”고 답했다.

“구승준이 죽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물 중에 가장 비극을 피할 것 같은 사람이 비극을 맞는 걸 선택했으니까요. 그 선택이 나름대로 승준의 성장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출국해서 살 수도 있지만 돈이 다가 아니라는 거, 희생하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요. 그런 모습 때문에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비록 살아난다 하더라도 돌아가기 위해 문제가 발생했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고민에 빠지는 것조차 덧없단 생각이 들었던 승준의 성장이 시청자에게 ‘섹시함’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었다. 

 

실제로 김정현이라면 어땠을까. 이런 질문에 “글쎄요….”라고 생각에 빠진 그는 “아직 목숨을 걸 정도의 순정은 없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런 기회가 쉽게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런 감정으로, 모든 걸 포기한다는 게. 만일 그런 순간이 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인간 김정현은 가끔은 신중하기도 가끔은 성급한 결정에 후회하기도 한다. “승준이는 작가님의 시선에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선택, 그 선택의 구성이 잘 돼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인간 김정현의 삶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불안하기도 하죠. 선택을 잘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머뭇거릴 때도 있고, 과감해서 후회할 수도 있죠. 상황에 따라 달라요. (웃음)”

 

안방극장 데뷔작 ‘질투의 화신’(2016)과 ‘으라차차 와이키키’(2018)를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능글맞은’ 김정현을 기억할 것이다. 시청자에게 폭소를 안기는 장면을 연기하면서도 그는 차분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그의 능글맞음과 진지함을 가뿐히 넘나드는 그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현은 “진지하게 혹은 가볍게 연기하려고 하진 않았다. 단지 대본에 쓰인 인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하는지 그 인물에 가까워지려 노력한 것이 지금까지의 인물들을 완성했다. 그 안에서 잘 알아봐 준 시청자가 있어서 감사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며 지내고 있다는 김정현.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특정 장르나 역할이 있는 건 아니다. 무엇이 됐든 좋은 기운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면 대중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