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영종도 전영민 기자] “무엇이든 말씀해주세요.”
지난 27일 이강철 KT 감독과 이숭용 단장이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일주일 앞서 출국한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등 베테랑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틀 동안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2020시즌 계획을 함께 세우려는 목적이었다. 2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선수단 본진은 대부분 기사로 해당 사실을 접했다. 그래서 물었다. 만약 감독님과 48시간 동안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꿈에도 감독님이 나옵니다”=배제성(24)은 이 감독을 은인이라 여긴다. 유망주라는 틀에 갇혀있던 자신에게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자신감을 심어준 점만으로도 이 감독을 존경한다. 기회는 선수가 잡는 것이라지만 믿고 기용해준 이 감독의 은혜는 해가 지나도 잊을 수 없다. 시즌 중이나 비시즌에 넌지시 한 마디 전한 적은 있지만 이 감독과 따로 길게 면담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 감독과의 48시간을 상상한 배제성은 “예전에 감독님께도 한 번 정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자다가도 감독님 이름이 들리면 벌떡 일어나서 그 쪽을 향해 절을 했다”며 “표현할 단어가 없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다. 감독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48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이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심우준(25)의 타격을 보고 놀랐다. 정규시즌 막바지만 해도 헛돌던 방망이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빠르게 돌았다. 이 감독은 “시즌 막바지에 체력이 떨어졌던 게 맞는 것 같다. 끝나고 방망이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심우준에게 이 감독은 가깝고도 먼 존재다. 쉽게 다가가면서도 선을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에 멈칫하기도 한다. 심우준과 이 감독의 48시간은 ‘질의응답’이다. 심우준은 “고참 선배들이 선수단 입장을 모두 대변해줘서 건의사항이라고 할 것이 없다. 감독님도 항상 선수단의 의견을 먼저 고려하고 들어주신다”며 “역으로 감독님이 우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48시간 내내 답해드릴 자신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오태곤(29)은 다시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팀은 비시즌 동안 FA가 아닌 트레이드로 몇몇 자원을 수혈했다. 그 중에 1루 자원은 없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상철, 박승욱 등과 경쟁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조금 앞서 있지만 방심할 수도 없다. 야구 인생에서, 팀의 도약에서도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에 오태곤은 말을 아꼈다. 오태곤은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봐 노코멘트하겠다”며 웃는 얼굴로 출국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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