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누적 관객수 900만명 이상(확장판 포함)을 기록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평론서 ‘내부자들’에서는 이 대사를 두고 대중의 수동성과 능동성의 양면을 들여다보게 했다고 평가했다.
대한축구협회의 태도와 흡사하다. 파울로 벤투(6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도전했지만, 8강에서 멈춰 섰다.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이라는 목표로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한계만 느끼고 돌아섰다. 이를 두고 대중은 들끓었다. 변화와 개혁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 측은 언제나 그랬듯이 침묵하고 미온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뼈저린 실책은 바로 미숙한 행정이었다. 선수단의 몸을 책임져야 할 의무팀의 팀장 포함 직원 2명이 대회 도중 짐을 싸서 이탈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알면서도 이들을 대표팀과 동행, UAE로 보냈다.
협회 측은 “대회 종료 후 재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현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재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트레이닝 캠프와 대회를 치르게 된 부분은 행정 실수”라고 인정했다.
명백한 실책에도 협회 측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사퇴하라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는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협회의 임원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협회가 한 일은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김판곤 부회장을 내세워 실수를 인정한 것이 전부이다. 그다음이 없다.
‘대회가 이제 막 끝났다’는 것은 핑계이다. 의무팀장이 최초 대표팀을 떠난 것은 대회 직전이다. 그리고 이어 직원이 떠난 것은 16강전 이후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족히 2~3주의 시간 흘렀다. 협회는 ‘대회가 모두 끝난 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라면, 문제가 더 크다. 앞서 ‘대회가 끝난 후 재계약을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 태도가 실패로 직결됐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으면서도, 관습처럼 똑같은 행보만 보인다.
협회 의무 관련 책임자는 전면에 나서서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강평과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지휘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라는 생각이라면, 한국 축구는 또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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