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황의조 선발 논란’에 빠졌다. 뜬금없는 선발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황의조는 2017년 10월10일 이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특히나 2015년 10월13일 A매치 데뷔골이 대표팀에서 터트린 처음이자 마지막 골이다. 하지만 이것을 오롯이 김학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 탓으로 돌릴 순 없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과 황희찬의 차출 시기가 불분명해 어쩔 수 없이 공격수를 선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황의조 와일드카드 선발의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통상 선수 차출은 명단 발표, 즉 개막 약 1개월 전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협회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차출 시기를 명단 발표 시점까지 마무리하지 못했고, 이에 김학범 감독 입장에서는 최근 소속팀에서 골 감각이 가장 좋은 황의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백보 양보해 상황에 따라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협회는 대응에도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과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손흥민이 11일 뉴캐슬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종료 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자카르타로 향해 한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2일이 지났는데도 협회는 손흥민의 차출과 관련해 그 어떠한 공식 발표도 없다. 대응 능력의 부재가 드러난 순간이다.
이 가운데 21일에는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잘츠부르크 단장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황희찬과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아시안게임 차출 조항을 삽입했었다”며 “황희찬이 8월7일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 출전한 후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협회가 잘츠부르크의 제안을 수용하기만 해도 황희찬은 아시안게임 조별리그부터 출전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협회는 차출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협회는 황희찬의 차출과 관련해서도 무반응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쉽게 대응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조별리그 1차전부터 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회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협회는 할릴호지치 감독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후보 리스트에는 이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는 맞지만 접촉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내부 관계자를 통해 밖으로 새어나가는 정보도 통제하지 못하면 정보 공유는 차단하고 있는 협회이다. 감독 선임 협상과 대응 역시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 리더들의 리더십 부재로 발생하는 사안들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차기 A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말로 또다시 뒤로 숨었다. 신태용 감독과의 관계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 누구 하나 김학범 감독이 왜 황의조를 선택해야 했는지, 협상이 왜 늦어졌고 각 선수 소속 구단에서 이미 차출 관련 사안을 발표를 했지만 대응하지 못했는지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협회에는 정몽규 협회장을 필두로 30여명이 넘는 부회장과 이사진이 있다. 성인대표팀과 연령대 대표팀이 동시 흔들리고 있지만, 그 누구 하나 동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가 없다. 이것이 ‘4無(협상 대응 소통 리더십)’ 대한축구협회의 현실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스포츠월드 DB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